파리 올림픽 포상식 이틀 전 협회·김택규 회장 강제수사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포상식을 앞두고 주인공인 안세영(삼성생명)의 불참과 경찰의 압수수색과 같은 나쁜 소식이 이어지면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한숨이 깊어진다.
배드민턴협회는 30일 오후 4시 경남 밀양의 아리나 호텔에서 열리는 올림픽 포상식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협회는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공식 시상식이 행정·운영 난맥상을 둘러싼 갈등의 봉합을 알리는 자리가 되기를 내심 바랐다.
실제로 협회는 포상식 개최를 발표한 다음날인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배드민턴 종목이 누구에게도 부끄러움 없고 사랑받는 체육단체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며 '정상화'를 공개 약속했다.
부상 관리·훈련 방식·의사결정 체계를 놓고 협회를 직격한 안세영도 마침 최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중국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활짝 웃었다.
협회의 바람처럼 이 자리가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되려면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이 참석해야 한다.
협회는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에게 1억원, 은메달리스트인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에게 각각 5천만원을 수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인 일정을 이유로 안세영 측이 끝내 불참을 통보하면서 협회의 고심이 깊어졌다.
안세영의 불참으로 주인공 없는 포상식이 연출돼 오히려 갈등의 골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소속팀 관계자의 대리 수상이 확정된 가운데 포상식 직전 협회에 전해진 비보는 이뿐이 아니다.
협회와 후원사인 요넥스코리아가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후원 물품 횡령과 배임 의혹을 받는 김택규 협회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것이다.
경찰은 요넥스 코리아 주니어오픈 현장에 머무는 김 회장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아 휴대전화 등도 확보한 상태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사무 검사 끝에 횡령·배임 혐의로 김 회장을 수사 의뢰한 데 따른 조처다.
지난달 말 문체부의 사무 검사 발표에 따르면 배드민턴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두 계약으로 약 1억5천만원 규모 후원 물품을 받았다.
올해는 1억4천만원 상당 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한 상황이다.
이 후원 물품이 공식 절차 없이 지역에 임의 배부됐다는 게 문체부의 판단이다. 작년에는 협회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 4천만원 상당의 용품이 지급됐다.
포상식을 주재할 수장이 이런 혐의로 실제 수사선상에 오른 게 공개적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인공' 안세영 없이 행사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협회는 경찰 수사의 근거가 된 문체부의 보조금법 위반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지난 23일 김 회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문제의 보조금 집행이 대한체육회·문체부 지침을 준수했고, 이들 상위 기관의 승인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에 대한 근거 등은 따로 밝히지 않고 "공인회계기관을 통한 정산 검증을 완료하는 등 지침을 준수한 절차로 이뤄졌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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