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사진 찍어 겨우내 '호구조사'…12월·1월에 최다
"감기 동상 걸려도 동물·사람 공존 배워요"
(순천=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25일 현재 농주 갯벌 1천916마리, 도사동 갯벌 1천555마리, 장산 갯벌 3244마리, 총 6천715마리입니다."
전남 순천시는 매주 월요일 순천만 흑두루미 '호구 조사'를 한다.
지난주나 평년 동기보다 '식구'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증감 원인은 뭔지 분석해 자료를 축적한다.
흑두루미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습성에 순천만 3개 갯벌을 옮겨 다니며 똘똘 뭉쳐 잠을 청한다.
볍씨, 짚단 속에 숨어있는 곤충 유충 등 먹이 활동을 하다가 해가 떨어지면 갯벌로 이동해 잠을 자고 해가 뜨면 다시 먹이를 찾아 농경지로 옮겨간다.
물때에 따라 바닷물이 들어오면 높은 지대로, 물이 빠지면 갯벌로 우르르 몰려가 휴식을 취한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동틀 무렵 망원경을 들고 어느 갯벌, 어느 지점에 흑두루미들이 몰려있는지 확인한 뒤 드론을 띄워 권역별로 사진에 담아낸다.
사진 속 흑두루미 수를 2∼3시간에 걸쳐 일일이 센다.
한 직원은 사진만 띄우면 개체수를 확인할 수 있는 AI 딥러닝 기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웃었다.
먹이 활동을 방해하는 교란 요인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모니터링은 겨우내 이어진다.
한겨울 탁 트인 순천만의 바람과 추위는 잉크마저 얼릴 정도여서 모니터링 요원들은 볼펜 대신 연필을 챙겨 다닌다고 한다.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는 2009년 400여마리에서 2021년 3천400여마리로 늘어났다.
2022년에는 일본 이즈미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를 피해 6천여마리가 순천만에 둥지를 틀었으며 상당수가 다시 돌아오면서 지난해는 7천200마리로 증가했다.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28호다. 지구상에 흑두루미 절반가량이 순천만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일 7천600여마리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몰려드는 시기는 12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다.
순천시 관계자는 28일 "방한복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한파에 감기와 동상을 얻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흑두루미들이 차가운 갯벌에서 추위를 견디는 동안 함께 호흡하면서 갯벌의 가치, 동물과 사람의 공존을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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