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MEET 2024의 고려아연 부스. /사진=박찬규 기자
고려아연은 앞서 두 차례 MBK·영풍의 공개매수와 관련해 수상한 매매 행위가 있었다며 시세조종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에 따라 MBK·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인수 등의 법적 하자가 발생한다면 임시주총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이뤄진 대규모 매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제기한 첫 진정은 지난 10월17일로 영풍·MBK 연합이 공개매수를 마무리(10월14일 마감)한 직후다.
영풍·MBK은 공개매수 가격을 총 두 차례 인상했다. 처음 가격은 주당 66만원이었고 9월13일부터 10월4일까지 진행했다. 이 기간 고려아연 주가는 장 중에 공개매수가를 웃돌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일반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없어졌다.
이에 영풍·MBK은 지난 9월26일에 첫 번째 인상(주당 75만원)을 했고, 10월4일 두 번째 인상(주당 83만원)을 했다. 공개매수 기간도 10월14일까지로 연장했다.
시세조종 의혹은 마지막 날인 14일 거래로 불거졌다. 이날 오후 1시12분쯤 주가가 82만원으로 최고가를 달성한 뒤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2시간 뒤인 3시12분쯤에는 최저가인 77만9000원을 기록했다. 두 시간 만에 최고가(82만원) 대비 5%가 하락했다.
당시 주가 차트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가 이날 최고가(82만원)를 기록한 이후 4차례 걸쳐 특정 시간에 매도량이 급증했다. 주가 하락 배경에 대량 매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려아연은 이같은 매도 행위가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주주 입장이라면 공개매수에 응해 주식을 주당 83만원에 영풍·MBK 측에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 차트에 등장하는 대량 매도자는 이익을 취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며 주가를 낮추는 데 일조했다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이날(14일) 오후 '시장가 매도'가 다수 발생한 점도 지적했다. 시장가 매도가 주를 이뤘다는 것은 누군가 주가 하락을 인위적으로 노린 것이란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주가 흐름을 보면서 지정가 매도를 설정해 이익을 최대화하거나 손실을 최소화한다.
영풍·MBK 연합은 이 같은 시세조종 의혹으로 이득을 봤다. 만약 14일 고려아연 주가가 최고점(82만원)보다 더 올랐다면 두 차례 인상한 공개매수가(83만원)는 일반주주들 입장에선 매력이 떨어진다. 영풍·MBK이 원하는 지분율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당초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로 최대 14.61%, 최소 6.98%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공개매수를 통해 실제 취득한 주식은 5.34%에 그쳤다. 마지막 날(14일) 오후 주가 하락이 없었다면 취득 지분율은 이보다 훨씬 더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진정서에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성공하려면 주가가 공개매수가(83만원)를 초과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14일) 주가가 계속 상승해 공개매수가를 초과할 조짐이 보이자 매도량이 급등해 주가가 하락했다"고 기재했다.
이어 "성명불상자가 고려아연 주가를 하락시켰다면 그 행위는 영풍·MBK 연합에 유리한 공개매수 결과를 목적으로 한 것이므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이날 오후에 이뤄진 시장가 매도 주문 내역과 주문자에 대한 실체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주가 하락 이후 고려아연 주주들이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얼마만큼 응하였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며 "이는 시세조종으로 이익을 얻은 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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