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즈] ⑩ "보석 볼 줄 알아야 훌륭한 디자이너"···김하정 가와주얼리 대표

[주얼리즈] ⑩ "보석 볼 줄 알아야 훌륭한 디자이너"···김하정 가와주얼리 대표

여성경제신문 2024-11-28 11:00:00 신고

3줄요약
한국의 주얼리 시장은 세계 5위권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주얼리 시장의 주도권은 해외 명품 브랜드에 내주고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시대, K-주얼리는 안방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품질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우지 못한 탓이다. 여전한 음성 거래와 디자인 베끼기, 영세한 운영 등이 K-주얼리 브랜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K-컬처의 약진과 함께 K-주얼리의 잠재력도 살아나고 있다. 실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 바람도 일으키고 있다. 여성경제신문은 K-주얼리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 있는 토종 브랜드를 응원하는 '주얼리즈' 시리즈를 시작한다. 주얼리즈는 '주얼리'와 '리즈 시절'의 합성어다. 지금이 리즈 시절인 신흥 K-주얼리 브랜드를 발굴해 국내 독자에게도 소개하고 세계시장으로 발돋움하는데 일조하려 한다. [편집자]   

예로부터 보석은 진귀한 것으로 취급됐지만 그 가치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디자이너가 아름답게 세공하고 주얼리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보석은 땅에 묻힌 광물 덩어리에서 벗어나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그렇기에 주얼리와 보석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고 어떤 보석이 좋은 보석인지 알 수 있는 안목은 디자이너들에게 필수적이다.

김하정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대표는 국가 공인 보석 감정사이자 디자이너로 "주얼리의 원동력은 보석"이라고 주장한다. 보석의 가치를 알아야만 디자인에 가장 최적화된 보석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디자인과 보석의 조화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여성경제신문은 국가 공인 보석 감정사이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하정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대표와 만나 주얼리와 주얼리 업계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하정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대표는 국가 공인 보석 감정사이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주얼리에 있어서 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민 기자
김하정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대표는 국가 공인 보석 감정사이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주얼리에 있어서 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민 기자

—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주얼리 디자이너이며 일본 예술학박사, 그리고 가와주얼리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김하정이라고 한다."

— 주얼리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일본으로 유학하러 가서 주얼리 전문학교에서 2년간 체계적인 주얼리 디자인 공부를 했었다. 이때 스스로 장신구를 만들고 착용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 가와주얼리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강남에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러면서 은광여고 정문 앞에 개인 작업실 겸 전시관으로 가게를 처음 개점했다. 이후 수강생도 받으면서 10년 정도 운영을 해왔다.

주로 리셋팅과 리폼 작업을 많이 한다. 사실 주얼리 업계에서는 '리폼'이란 말을 쓰지 않지만 나는 작업의 구분을 위해 쓰는 편이다. 예를 들어 목걸이가 있는데 펜던트는 예쁘지만 체인이 유행이 지난 디자인이이다. 이 경우 펜던트는 살리고 체인을 바꾸며 형태를 살리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데 이를 리폼이라고 한다.

반면 옛날에 결혼할 때 받은 다이아나 보석 반지가 오래됐을 경우 보석만 빼서 다시 자인해 주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리셋팅이라고 한다. 리셋팅과 리폼이 돈이 되지는 않지만 작업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 국가 공인 보석 감정사로 알고 있다. 국가 공인 보석 감정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며 보석 감정사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주얼리에 관련된 일을 한다면 무조건 보석 감정사 자격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얼리에서 보석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주얼리를 이끄는 원동력은 바로 보석이다. 그렇기에 보석을 알지 못한다면 디자인도 세공도 힘들 수밖에 없다. 

사실 감정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 쉽지는 않다. 봤을 때 무슨 보석인지도 알아야 하고 필기시험뿐만 아니라 실기 시험도 있는데 이 시험이 상당히 어렵다. 72개의 보석 중 뭐가 나올지 몰라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 그래도 지금 가르치는 대학생들에게 감정사 자격증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하정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대표가 주얼리 작업을 하고 있다.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김하정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대표가 주얼리 작업을 하고 있다.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 가와주얼리 스튜디오에서 주얼리가 생성되는 과정을 설명해 달라.

"무조건 예약제로 진행하고 있다. 한 팀당 기본 2~3시간 정도 할당하며 상담 시 손님의 이미지를 많이 관찰한다. '주얼리는 착용해야 주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손님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주로 만든다.

상담 시 생각나는 디자인을 스케치하고 구두로 검토받은 뒤 캐드 작업을 시작한다. 그 후에는 명장님이 직접 작업을 한다. 일주일에 2~3번은 꼭 나가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다. 기간은 예상되는 기간보다 더 넉넉하게 잡는다. 7일 정도 걸리는 작업은 10일 정도 걸린다고 공지하는 편이다. 그래야 예상치 못한 수정이 필요할 때도 늦지 않게 보낼 수 있으며 시간 약속을 지키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 가와주얼리 스튜디오의 사업 목표나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는 보석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약간 시크한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화려하기보다는 언제나 착용할 수 있고 착용했을 때 어울리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이러한 디자인에 만족하고 있다."

— 목표로 만들고 싶은 주얼리가 있는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보석이 매우 많다. 보석들의 색깔들도 검은색, 갈색처럼 굉장히 다양하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들을 이용해서 우리가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마이너한 보석들을 메이저하게 디자인해서 살리는 것이다."

— 대표님이 만드신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눈물이 날 뻔한 일이 있었다. 조경사로 일하시는 고객님이 있는데 평소에도 종종 찾아오시던 분이었다. 이번에 그분이 의뢰하면서 "대표님 디자인이면 어떤 거라도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내가 어느새 이렇게 됐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분에게 컬러 오팔과 사파이어, 루비 등 색깔도 크기도 다 다른 보석을 이용해 반지를 만들어드렸고 손님도 너무 좋아하셨다. 이 일은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 대표님이 만드신 작품이 아니더라도 인상 깊었던 주얼리가 있는지 궁금하다.

"얼마 전에 있었던 다미아니(DAMIANI) 전시에서의 다양한 유색 보석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컬러 유색 보석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시리즈들을 볼 수 있었다. '색깔의 조합이 너무 좋다'고 실제로 칭찬도 했는데 설명해 주던 매니저가 '저희는 디자인을 먼저 하고 보석을 구매해서 만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 방 맞는 느낌이었다. 보통 저 같은 경우는 홍콩쇼등에 가서 마음에 드는 보석을 사고 그 보석을 이용해 디자인한다. 그러나 다미아니 매니저님이 하신 말씀처럼 디자인하고 그에 맞는 보석을 사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하정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내부의 모습이다.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김하정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내부의 모습이다. /가와주얼리 스튜디오

— 주얼리를 만들고 판매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설명해 달라.

"그것은 바로 소통이다. 코로나 때도 소수 인원을 예약받으며 진행했기에 직접 고객과 대면하며 소통하는 방향으로 주얼리를 제작했었다."

— 주얼리 업계에 계시면서 느낀 한국 귀금속 시장의 한계, 개선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아직 세계적인 브랜드가 없는 건 아쉽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회사들이 잘 돼 명품 브랜드로 이름을 떨쳤으면 좋겠다. 

사실 일본을 달에 한 번씩은 가는데 현재 일본은 K-POP을 비롯해 한국 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이 붐을 이용해 주얼리도 큰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최고의 주얼리를 생산하는 국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대표님 개인과 가와주얼리 스튜디오의 향후 계획을 설명해 달라.

"처음 10년 동안은 매년 개인전을 열었었다. 그때는 개인전을 안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작품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전시고 그것에 재미를 붙여 쉴 틈 없이 작품을 전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전을 안 한지 7년이 다 됐다. 매장도 바쁘고 손님도 많으니 시간을 내서 내 작품을 할 여력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 겨울에 따로 시간을 내서 한 달 정도 일본에 있을 계획이다. 거기서 공부도 하면서 내년에 개인전을 열어보고 싶다.

또 책도 만들어보고 싶다. 학교 대학 강의를 십몇 년째 하고 있다. 주로 2년제 대학에서 강의하는데 미술을 접하지 않고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런 친구들을 위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주얼리 디자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와주얼리 브랜드를 오랜 유학 생활을 했던 일본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

김하정 가와주얼리 대표는 사단법인 한국보석 협회 이사 및 디자인분과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장안대학교 주얼리디자인과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종합예술학교 주얼리디자인과 전임교수이며 수원대, 경성대, 신라대, 재능대 강사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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