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끝자락, 서울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충격 아닌 충격을 안겼다. 초겨울에 보기 드문 대설 경보가 발령됐고, 수도권을 포함한 내륙 지방이 흰 눈으로 덮였다. 이번 폭설은 단순한 일시적 기후 현상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이상기후 대표적 사례로 분석된다.
28일 새벽 4시 10분을 기준으로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 대설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되었다. 특히 경기 남부와 강원 중·남부, 충북 북부에는 대설경보가 내려졌고, 다른 내륙 지방에도 대설주의보가 발효되며 폭설로 인한 피해가 우려됐다. 초속 9~22m 강풍이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몰아쳤고, 이로 인해 강풍경보까지 내려지는 등 겨울 폭설과 강풍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서울은 117년 만에 11월 최대 적설량을 기록하며, 도심은 마치 한겨울처럼 눈으로 뒤덮였다. 도로와 대중교통은 혼잡을 빚었고, 일상적인 생활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이번 폭설 근본적인 원인은 대기와 해수면 온도 차에 있었다. 한반도 상공에는 중심 온도가 영하 40도에 달하는 차가운 절리저기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저기압은 북극에서 유입된 찬 공기를 품고 있어 대기 불안정을 유발했다. 반면 서해 해수 온도는 15도로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았다. 이러한 극심한 온도 차가 서해상의 해기차(대기와 해수의 온도 차)를 증폭시키며 강력한 눈구름대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번 폭설은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의 여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여름 서해 수온이 이례적으로 높아졌고, 그 결과 수증기 공급이 증가하며 눈구름대 발달을 가속화했다. 대기 중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눈구름이 형성되고, 이 구름대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며 대설을 유발했다.
이번 폭설은 단순히 국지적인 사건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1.1도 상승하며,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또한 기후변화가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지구는 지금 '온난화 시대'를 넘어 '열대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는 끝났고, 이제 지구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며 기후변화의 위기를 경고했다. 그는 "1.5도 상승 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기후재앙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며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번 폭설은 기후재앙 초기 신호로 볼 수 있다. 폭염, 한파, 가뭄, 폭우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은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 배출, 산림 파괴, 해수 온도 상승 등을 꼽으며 이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11월 폭설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기후위기 경고임을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실질적인 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에너지 절약, 재활용,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실천할 수 있으며, 정부와 기업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117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지만, 이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더 큰 위기를 암시한다. 이번 폭설을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 시급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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