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 형제들의 취향
왕회장은 평소 한식집을 자주 갔다. 목련, 장원이라는 집을 즐겨 찾아다녔다. 그리고 냉면과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한일관을 들렀다. 이밖에도 압구정동 휸다이백화점의 일식집과 만두집, 롯데호텔 벤 케이, 프라자호텔 도원을 가기도 했다.
그는 대선에 출마했을 때 하루 세끼로 설렁탕을 먹고 다닐 정도였다. 그는 설렁탕은 쇠고기를 한 번 우려낸 음식이라 최고의 건강식이라고 극찬했다. 이런 말이 언론에 보도돼 전국을 돌며 유세를 할 때는 가는 곳곳마다 설렁탕 집으로 안내돼 왕회장이 곤혹스러워 하기도 했다.
왕회장은 원래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밥상에 음식이 올라오면 그것이 내가 먹을 음식이라며 맛있게 드셨다는 게 비서 출신 인사들의 설명이다.
그의 이런 음식 성향을 닮은 사람이 바로 사실상 장자인 2남 왕자구 회장이다. 그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한정식 집을 자주 갔다. 오진암 한식집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그는 기분이 좋으면 발렌타인 술을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원샷’ 을 외치며 주변 사람에게 계속 술을 권해 처음 본 사람들은 놀라기도 한다.
그런데 왕회장의 후계자인 왕자헌 회장은 음식 취향이 꽤 달랐다. 그는 아버지나 형처럼 한정식 집을 즐겨 가지도 않았다. 청담동 중국집 ‘이닝’을 자주 들렀다.
왕자헌 회장 측근 인사의 말이다.
“미국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중국 음식을 좋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밤늦게까지 이야기할 때도 바로 중국집이었다.”
그는 또 서울 하얏트호텔의 일식집과 청담동의 ‘위바’ 라는 칵테일 술집을 좋아했다. 왕자헌 회장은 자살하기 직전 자신이 평소 즐겨 찾던 ‘위바’ 에 마지막으로 들르기도 했었다.
경주현대호텔 출신의 한 인사가 한 말이다.
“왕회장님의 경우 대선 이후 경주호텔 종사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일이 많았다. 아침에 일식을 달라고 해서 차려 놓으면 갑자기 중국음식을 달라고 하실 때가 있었다. 조리과정상 중국음식은 아침에 만들 수가 없다. 악의가 있거나 변덕이 심하셔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그 정도로 건강상 문제가 있었다.(그는 왕회장이 알츠하이머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그 이전에는 아무거나다 잘 드셨다.
왕자구 회장은 아침을 드실 때도 측근들까지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 왔다. 대단한 정치인이 식당에 들렀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된다. 한마디로 매우 호탕한 성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왕자헌 회장은 형인 황자구 회장과 정반대였다. 그는 경주호텔에 오면 혼 자 조용히 식당에 왔다. 물을 갖다 줘도 종업원에게 ‘고맙습니다’ 라고 깍듯한 인사말을 빼놓지 않았다. 한마디로 점잖은 국제신사였다. 그래서 식음료 담당자들은 그를 가장 좋아했다.
왕자준 의원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 행동에서 왕자구 회장과 왕자헌 회장의 ‘중간쯤’ 이었다. 그런데 그는 입맛이 매우 까다롭다. 종업원에게 스프가 맛이 없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한편 왕회장은 휸다이그룹 별관에 있는 이발소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곳은 동네 이발소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곳이다. 왕자구 회장과 왕자준 의원 등도 이곳을 자주 이용했다. 그러나 왕자헌 회장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이곳에 한 번도 들르지 않았다는 게 이발사의 귀띔이다.
이곳 이발사는 “왕자헌 회장이 깔끔한 성격 때문에 그러지 않았겠느냐”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왕자헌 회장은 자신이 자주 가던 하얏트호텔 내 이발소를 이용했다. 다른 형제들과 성격 차이를 잘 보여 주는 한 단면이다.
[다큐소설 왕자의난39]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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