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암 잡는 유도탄’으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이하 ADC)가 차세대 항암 치료제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열한 기술 경쟁이 진행중이 가운데 ADC 개발의 현황과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서 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ADC 개발 동향 및 전략을 주제 로 ‘2024 제약바이오산업 혁신포럼’이 열렸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암세포 사멸 기능을 가진 ‘페이로드(약물)’을 ‘링커’로 연결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 기술이다. 특정 암세포를 정확히 찾고 제거한다는 의미에서 ‘암 잡는 유도탄’이라 불리며, 현재 항암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모달리티(치료 접근 방법)로 꼽힌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 ADC 치료제 엔허투 개발에 성공하고, 세계 유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DC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국내외 ADC 개발 동향 및 미래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삼성증권 서근희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ADC 기술도 이제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며 ADC 개발의 방향성 등을 조언했다.
서 연구위원은 ADC 기술의 태동 과정에 대해 “기존 단일클론항체가 항암제로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ADC가 부상했다”라면서 “단일클론항체가 암세포에 대한 특이성을 갖지만, 세포 파괴 능력이 제한적이었던 부분을 ADC의 페이로드가 보완해준다”고 설명했다. 단일클론항체는 특정 항원에만 결합하도록 설계된 항체다.
현재까지 임상연구에서 ADC가 단일클론항체 의약품의 효과를 직접 비교하는 임상 결과는 없지만, 최근 ADC 치료제 엔허투와 단일클론항체 치료제 허셉틴을 비교하는 임상 중간 결과에서 ADC의 효과가 좋다는 증거를 찾은 상황이다. 서 연구위원은 “부작용 측면에선 조금 아쉽지만, 생존률이나 종양 감소 효과는 확실히 ADC 치료제가 더 낫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이 준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ADC 임상 건수는 340여건에 달한다. 2년 전인 2020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제약사 대부분이 최소 1개에서 8개까지 ADC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가 ADC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ADC 기술 개발이 단기간 개발이 어려운 기술인 만큼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협업 가능성은 열려있다. 서 연구위원은 “ADC 기술은 링커-페이로드 기술이 중요하지만, 단기간 개발이 어렵다”면서 “글로벌 제약사는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ADC 플랫폼을 갖고 있는 바이오텍과 협력하는 투트랙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ADC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속도’를 지목했다. 링커와 페이로드 등 ADC 관련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는 개발 속도가 느려도 개선된 기술력의 여부가 시장성에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현재 기술 개발이 일정 수준에 도달된 상황에선 빠른 개발로 시장에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는 타겟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속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며 “초기에 승인된 치료제가 시장 점유율을 선점할 수 있는 만큼 누가 빨리 개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 연구위원은 ADC 치료제에 대한 내성 문제를 향후 발전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로 △다중 표적 ADC △페이로드의 다양화 △바이스탠더 효과가 강한 페이로드의 사용 △면역항암제, 표적 치료제 등과의 병용요법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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