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교수들의 목소리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학생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노조의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학가 시국선언 바람이 한 달째에 접어들었다. 가천대는 시국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정권은 말기 호스피스 단계에 들어갔다”며 “그들은 헌법을 유린하는 친일 반민족을 일삼았다”고 밝히며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한 달이 지나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의 대학교수는 27일 기준 3500명을 넘어섰으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 “윤 대통령, 즉시 퇴진하라”…수도권·TK 지역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대학교수 시국선언 쏟아져 = 연세대 교수 177명은 지난 21일 ‘당신은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이름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우리는 과연 정의로운 권력 아래 살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민주, 평등, 평화를 열망하는 주권자 국민의 정당한 요구는 묵살 당하기 일쑤고, 가장 기본적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조차 위협받고 있다”며 “인권과 생명권을 짓밟는 각종 사회적 재난이 벌어져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꼬리를 무는 정권의 비리와 권력 사유화 의혹에 국민 누구도 더 이상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분열과 대립의 정치, 무능과 무책임의 국정 운영에 많은 국민은 이미 등을 돌린 지 오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저지른 불의와 실정에 대해 사죄하고 하루빨리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이화여대 교수·연구자 140명도 ‘우리는 격노한다. 윤석열은 즉시 퇴진하라’는 제하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윤석열 정권 2년 반 동안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끝을 알 수 없는 무능, 대통령과 그 가족을 둘러싼 잇따른 추문과 의혹으로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흔들리고 민생이 파탄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7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윤석열은 한 나라의 국정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자질과 능력도 없음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오직 자신과 그 주변의 이익을 위해 사유화한 이 정권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 이화여대 교수들과 연구자들은 대통령 윤석열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에는 서울대와 해외 대학을 비롯한 교수진이 포함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이하 민교협)의 교수·연구자 273명이 윤 대통령을 대상으로 특검 즉각 수용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11월 7일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소위 ‘끝장 기자회견’은 눈을 뜨고 볼 수도 없고 귀를 열어 들을 수 없는 처참한 현 정부의 무능과 무도, 무법의 독선을 보여줬다”며 “대학의 교수, 연구자들은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데서 보듯, 전 국민적 실망과 공분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정농단에 의해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중추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망가지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특검 즉각 수용 △검찰개혁 △한반도 군사적 긴장 불러오는 조치 즉각 중단 및 평화를 구축하는 국방 및 외교 정책 시행 등을 촉구했다. 또 민교협 교수·연구자들은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위의 세 가지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 대학 교수들은 민주 시민들과 함께 2016년 촛불보다 더 높이, 더 뜨겁게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가의 움직임은 수도권과 진보 지역을 넘어 보수 지역의 상징으로 불리는 TK 지역에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26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 연대회의·대구경북 전문직단체협의회·대구경북대전환원로시민회의는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라고 주장했다.
교수·연구자 248명, 의료계·변호사·시인·작가 등으로 이뤄진 해당 단체는 “국채보상운동과 4월 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의 도시인 대구·경북의 지식인들은 윤석열에게서 더는 어떠한 가능성도 일말의 희망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을 이해 윤석열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대통령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의 탄핵 사유는 이미 차고 넘친다”며 “윤석열이 남은 임기를 다 채우면 우리 공동체는 회복할 수 없는, 참으로 심대하고 참담한 도탄의 경지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 교수들 역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이르면 오는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대학가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교수 이어 학생들도 “윤 대통령 퇴진하라” 움직임 이어져 =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가의 목소리는 교수를 넘어 학생들로까지 번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6일 성신여대 재학생과 동문 51명은 성신여대 수정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국민의 민주주의와 국가의 안녕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은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하는 역사의식이 없다. 당선이 되자마자 ‘친일’의 길로 내달렸다”며 “윤 정부 국정철학에는 민주주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시청광장에는 2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모여 탄핵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성신여대 구성원 또한 이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 반민주, 반민생, 반역사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밝혔다.
25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고려대 캠퍼스에도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게재됐다. 고려대 재학생이 부착한 해당 대자보에는 △민생 파괴 △평화 파괴 △생명과 안전 파괴 △민주주의 파괴를 이유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대자보를 작성한 고려대생(식품자원경제학과 22학번)은 “본 대자보를 통해 한 명의 대학생으로서, 청년으로서, 그리고 국민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자 한다”며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대한민국을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망가뜨릴 것이다.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어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숙명여대 캠퍼스에도 지난 25일 ‘지금, 나의 숙명이 세상을 바꾸라 말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를 부착한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학생은 국사편찬위원회가 꿈이었다고 밝히며 “그 누구보다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려야 할 독립기념관장에 친일을 긍정하고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세력이 임명됐다. 우리의 역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결국 제가 꿈으로 여겼던 국사편찬위원회마저 역사 왜곡 세력이 차지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역사를 지키지조차 못하는 저의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러던 중 우리 학교 교수님들께서 시국선언을 하셨다”며 “그 순간 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대학생들의 숙명이라는 것을 느꼈다. 저와 같이 지금의 세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숙명인들,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킬 숙명을 이뤄나갈 그 누구라면 시국선언에 함께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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