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인재 빼가기' 공세에 서방 우려
"화웨이, ASML 협력사 직원에 급여 3배 제안도"
"佛미스트랄도 인재 영입 위해 실리콘밸리에 지사"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주요 국가들의 경쟁이 핵심 인재 쟁탈전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테크기업들에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유럽과 대만 등에서 거액의 연봉 등을 내세워 엔지니어 영입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에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서방 국가들이 막자, 중국 기업들이 인재 영입을 통해 이에 대응하려 한다는 것이다. 일부 중국 기업은 현지에 벤처기업을 세워 중국과 관련성을 가리려 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지난 가을 구인사이트 링크드인 등을 통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협력사인 독일 광학업체 자이스 직원들에게 이직을 제안했으며, 민감한 노하우를 알고 있는 직원들에게는 최대 3배 급여를 제시했다.
실제 제안에 응한 직원은 없었지만 이 일로 지식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독일 정보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은 이미 중국 측의 인재 영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대만 당국은 단속에 나서 불법적으로 인재를 빼내 가려 한 중국 기술 기업 8곳을 고발했다고 지난 9월 밝힌 바 있다.
또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반도체·전자 등의 분야에서 중국의 '인재 빼가기' 90건가량을 조사했다.
WSJ은 한국 당국도 중국 등에 민감한 기술을 불법으로 넘기는 것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정보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중국과 연계된 인재 영입 시도와 관련해 최근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으며, 미국 정보기관들은 중국이 기술 강국이 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반도체업체 펨토메트릭스 관계자는 지난해 의회에 출석해 직원 3명이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영업기밀을 도둑맞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서방은 특히 중국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인 ASML과 그 협력업체에서 인재를 빼가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링크드인 등을 보면 화웨이는 2021년 이후 ASML 등 서방 기업의 노광장비 및 광학 분야에서 근무했던 직원 수십명을 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약 10년 전 ASML을 퇴사한 한 중국인 엔지니어는 이후 중국에 ASML의 경쟁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대만계인 한 ASML 전직 직원은 2020년 퇴사 후 2년간 매달 중국 채용업체로부터 연락받았으며 특히 화웨이가 계속 이직 제안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마구잡이로 다수 엔지니어에게 이직 제안을 하고 그 가운데 일부가 받아들이기를 기대하는 전략을 쓴다는 증언도 있다.
다만 ASML은 자사 직원들에 대한 특이한 채용 제안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인재 접촉은 다른 국가들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중국 기술그룹들이 지난 수개월간 실리콘밸리에서 업무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고 이달 19일 보도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실리콘밸리 인근 서니베일에서 AI 팀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의 AI 스타트업인 미스트랄도 인재 영입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만들고 있다고 FT가 소식통을 인용해 26일 전했다.
FT에 따르면 미스트랄의 공동 창업자 3명 가운데 한명이 실리콘밸리 지사 근무를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AI 과학자를 비롯해 엔지니어·영업직·사무직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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