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전 중구의 한 교회에서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무료 급식소를 운영 중인 모습. 150여명의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최화진 기자) |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이들에게 이 식사자리는 일주일 중 몇 안 되는 활기찬 시간이다. 어르신들은 된장국에 밥을 말아 드시며 식판을 깨끗이 비웠다. 옆을 지나가는 자원봉사자에게 "국이 정말 구수하고 시원해서 다 먹었어. 속이 아주 후련하네. 잘 먹었어"라고 한마디를 건네는 이도 있었다.
식사를 하러 온 김 모(70대) 씨는 "집에서 혼자 먹으려면 라면으로 대충 때우는 경우가 허다한데 여기 오면 이웃들도 만나고 건강하게 한 끼도 해결하니 좋다"고 했다. 김영태 대전자원봉사연합회장은 "앞으로 더 추워질 겨울을 대비해 식사제공뿐만 아니라 침구류 등 난방용품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정이 필요한 곳은 더 있다. 혹한기 취약계층인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도 요즘 한창이다. 최근 대전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매일 저녁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거리 노숙인들이 겨울을 대비할 수 있도록 외투와 내복, 침낭, 담요 등 방한용품을 나눠주고 있다. 센터에서 집계한 지역 내 거리 노숙인은 40여 명.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자, 밤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찾아오는 노숙자, 취약계층들이 부쩍 늘었다. 현재 센터는 24시간 밤 추위 대피소로 운영되고 있다.
추위뿐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온기도 필요하다. 불과 3주 전에는 복지시설에서 나와 하천 변에서 홀로 노숙하던 50대 남성이 지병으로 사망한 일도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가족과 떨어져 복지시설에서 지내던 중 시설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권유하자 노숙을 택했다. 술을 지속해서 마셨고, 시설이 치료를 위해 거듭 설득에 나섰으나 거부하다 결국 건강이 악화된 것이다.
지원 손길에 부담을 느끼는 거리 노숙인들도 있었다. 김태연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국장은 "현재까지 방한 용품을 지원한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간혹 자신은 괜찮다며 거부하는 노숙인들도 있어 걱정될 때가 많다"며 "일시 거주 시설 지원조차 마다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잠시라도 편안함을 느끼면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더 힘들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쪽방상담소는 기부 혹한기를 겪고 있다. 쪽방 주민들을 지원하는 원용철 벧엘의 집 목사는 "쪽방 주민들을 위해 지난주부터 연탄을 나누기 시작했고, 곧 김장 김치도 나눌 예정"이라며 "문제는 예전보다 기부가 감소해서 지원할 수 있는 연탄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바름·최화진 기자
Copyright ⓒ 중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