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광명/김민영 기자] '하나카드의 아픈 손가락' 김진아가 이번 프로당구 PBA 팀리그 4라운드에서 자신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가영과 2세트(여자복식)에 호흡을 맞춘 김진아는 7일차까지 단 1패를 당했을 뿐 5승을 거두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김가영은 세트 승리 후 김진아를 번쩍 들어 올리며 그간의 미안함과 대견함을 세리머니로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26일 열린 8일차 NH농협카드 김민아-김보미와의 2세트 대결에서 김가영-김진아는 7:1로 앞서며 승리까지 2점만 남겨뒀지만, 결국 김민아에게 추격을 당하며 7:9로 아쉬운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다음은 8일차 경기를 마친 김진아와의 인터뷰다.
PBA 팀리그 4라운드에 매 경기 2세트에서 김가영과 호흡을 맞춰서 7일차까지 5승1패를 기록했다. 안타깝게도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8일차에 NH농협카드 김민아-김보미에게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오늘 경기를 직접 뛴 선수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아쉽게 빠진 공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너무 아쉬웠다. 2세트를 이겨줬으면 그래도 경기가 좀 잘 풀렸을 것 같은데, 2세트도 넘어지면서 경기가 세트스코어 4-0으로 허무하게 끝난 것 같아서 속상하다.
오늘 8일차 대결이 4라운드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이전까지 6경기 중 5승1패를 거두고 있어서 사기가 제대로 올라와 있었을 것 같은데, 팀 분위기는 어땠나?
오늘(8일차)과 내일(9일차) 두 경기를 다 이기면 무조건 우승이기 때문에 두 경기 모두 이기자는 마음이었다. 사실 우리금융캐피탈이 낮에 먼저 1승을 더 올리면서 한 경기만 이기면 안 되는 상황이 돼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고 했는데, 농협카드한테 발목을 잡혔다.
이전 라운드에 비해 이번 라운드는 매 경기 출전 기회를 얻었다. 또 성적도 좋았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항상 같이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경기를 뛰든, 안 뛰든 크게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평소와 똑같았다. 다만, 경기 출전이 좀 더 많았던 것뿐이다. 그래도 내가 그날의 경기 안에서 승리에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뭔가 밥값을 했다, 이런 느낌이 있어서 이번 라운드는 좀 더 즐거웠다. 스트레스는 경기를 뛰나 안 뛰나 똑같다.
경기에 나와도 스트레스, 안 나와도 스트레스인가?
경기를 뛰면 졌을 때 자책도 있고, 안 뛰면 안 뛴다는 것에 자책도 있고 뭐가 됐든 팀이 지면 스트레스가 심하다. 특히나 오늘처럼 4-0으로 지고, 그 패배에 내 지분이 좀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되면 더 많이 힘들다.
7:1로 이기고 있다가 7:9로 잡혔다. 그래서 더 자책이 큰가?
테이블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자꾸 살살 빠져가지고. 김민아 선수가 막판에 먼저 감을 잡았던 것 같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이번 시즌 3라운드까지 경기에서 뛸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3라운드 마지막 경기 단식에서도 승리했고, 이번 4라운드 여자복식에서도 많은 승수를 쌓고, 득점률도 높은 편이다. 이제 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인가?
조금 그런 느낌도 있지만 연습 때는 복식을 치기도 하고, 스카치를 연습하기도 하면서 항상 경기에 뛸 준비를 하고 있다. 막상 경기에 투입되는 건 당일날 알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뛸 수 있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경기장에 온다.
오더에 들어갔을 때의 부담감과 오더에서 빠졌을 때의 실망감 중 어떤 게 더 큰가?
오더에 빠졌다고 해도 특별히 실망스럽지는 않다. 다만, 오더에 들어갔을 때 왠지 나는 실수를 하면 벤치행이다, 이런 느낌이 있어서 한 샷 한 샷 더 최선을 다하게 된다. 게다가 이번 NH농협카드와의 대결처럼 너무 안 풀리면 나한테 좀 화가 난다. 기회가 왔는데도 못 잡는 답답함 때문에.
팀에서 기회를 적절히 얻지 못한다는 느낌은 없나?
지금 랭킹을 보면 가영 언니는 1등이고 사카이 선수가 2등이다. 팀에서 두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많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고, 나는 똑같이 연습하고 기회가 오면 이번 라운드처럼 잘 잡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 주위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더 안쓰러워하고 힘들어하는 게 불편하다. 팀이 이긴다면 누가 나가서 뛰든 상관없다.
지난 3라운드 마지막 단식부터 이번 4라운드 2세트 성과를 보면 이제 자신의 가치를 좀 증명해 보였다는 안도감이 있나?
확실히 간절함이 크니까 이게 나오는구나, 이런 걸 느꼈다.
비시즌 동안 이번 시즌을 위해 준비한 게 있나?
살을 찌우려고 많이 노력했다. 너무 말라서 힘이 안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7kg 정도 증량했다. 덕분에 파워가 많이 늘었다. 남자 선수들도 인정해 준다. 가영 언니가 이제 한 손으로 들기 힘들다고 하더라.
김진아가 세트를 끝내고 들어오면 김가영이 한 손으로 번쩍번쩍 들어 올리던데 약속된 세리머니인가?
처음에 팀에서도 그렇고 프런트에서도 그렇고 제발 세리머니를 안 하면 안 되냐고 그러더라. 경기를 안 뛰다가 오랜만에 나와서 이기고 너무 좋아하면 팀원들이 너무 울컥한다고. 근데 이기면 몸에서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안 할 수가 없다. 가영 언니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팀리그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
나보다 잘 치는 우리팀의 6명과 상대팀의 6명, 총 12명의 선수들이 근접해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하는 게 너무 신경 쓰였다. 이상한 초이스를 했을 때의 민망함과 부끄러움. 그런 게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이제는 그런 거 신경 써봤자 내가 자신 있게 치는 게 제일 중요하더라.
이런 큰 부담감에도 팀리그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톱클래스 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고 많이 배울 수 있다. 또 개인 투어 때도 항상 우리 프런트와 팀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다니기 때문에 소외되지 않는 것도 너무 좋다.
이번 시즌 목표는?
개인전은 결승 진출, 팀리그는 라운드 우승에 기여하는 것. 이번 시즌 연속으로 16강까지 갔는데, 계속 16강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이전 시즌에 4강까지도 갔었는데, 남은 투어에서 꼭 목표를 이루겠다. 팀리그에서 잘하면 개인 투어까지 그 기운이 이어진다. 다음 하이원리조트 투어를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4라운드 우승까지 한 경기 남았다. 어떤 각오로 임할 텐가?
어차피 오더가 어떻게 나올지는 경기 전까지 모르기 때문에 경기를 뛰던 안 뛰던 최선을 다할 거다. 우리 팀이 우승하길 바라는 마음은 똑같기 때문에 제 간절함이 4라운드 우승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사진=광명/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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