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AI디지털교과서 검정결과 앞둔 교육계…野 “교육 자료” vs 與 “교과서” 논쟁 이어져

[이슈] AI디지털교과서 검정결과 앞둔 교육계…野 “교육 자료” vs 與 “교과서” 논쟁 이어져

폴리뉴스 2024-11-27 14:33:39 신고

지난 9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정부가 오는 29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AI 디지털교과서에 교과서 지위를 부여할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용 도서'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정부‧여당과 발행사들의 입장과 교육을 보조하는 역할의 '교육 자료'로만 규정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11월 29일 검정결과 발표

정부는 2025년 3월 도입하기로 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에 국어와 기술·가정 과목을 도입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AI 교과서 도입에 대한 교육계의 잇따른 속도 조절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 시도교육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2026년 이후 AI 교과서 도입 계획을 수정하기로 하고 발표 시점을 논의 중이다. 

문해력 논란 등으로 국어와 기술·가정 과목에는 AI 교과서 도입을 취소하고, 사회와 과학 관련 과목의 AI 교과서는 기존 일정보다 다소 늦게 도입하는 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책 신뢰도와 교과서업체의 개발상황 등을 고려해 2025년 3월 도입하는 영어·수학·정보 과목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내년 3월부터 일선 학교 현장에서 사용될 영어·수학·정보 과목의 AI 교과서는 29일 검정결과 발표를 거쳐 12월 2일부터 학교 관계자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2025학년도에는 초등학교 3∼4학년, 중1, 고1, 2026학년도에는 초 5∼6, 중2, 2027학년도에는 중3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간 정부의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침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거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학생의 문해력 저하, 스마트 기기 중독,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인프라 구축 미비와 재정 부담 문제 등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부의 졸속 추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민주당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용 도서 지위 박탈 추진” 

AI디지털교과서의 교과용 도서 지위를 박탈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교육위 법안소위는 이날 오후 이 같은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 처리에 반대해 표결 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과서는 학교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전자책을 교과서로 사용하려면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의 심의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AI디지털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교과용 도서와 교육 자료의 정의와 범위를 각각 규정하고, 교육 자료에 '지능정보화 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AI디지털교과서)'를 포함시켰다. AI디지털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선정할 땐 학교의 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앞서 교육부는 2025년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목표로, 대통령령에 위임한 현행법에 따라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지능정보화 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가 법적 지위를 갖도록 했다.

민주당은 학생의 문해력 하락과 개인정보 침해, 막대한 예산 투입 등을 우려해 AI디지털교과서 도입해 반대하고 있다. 이에 교과용 도서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교과용 도서 정의와 범위를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개정 작업을 추진해왔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10월 1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10월 1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의원은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싸고 학생의 문해력 저하, 스마트 기기 중독,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교육부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배제하고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학교에서 교과서로 사용하겠다고 하면서도 AI 디지털교과서의 효과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교육부는 AI 교과서 추진과 관련해 단 1건의 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이마저도 ‘교과서 법적 제도’ 연구에 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고 의원은 “효과성 검증도 안된 AI 교과서를 곧바로 학교 현장에서 활용해선 안된다”며 “개정안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내년에 AI 교과서를 학교에 도입했을 때 가져올 혼란과 후폭풍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보루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 의원은 “AI 교과서를 도입하려면 교육부는 효과성 검증과 함께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에 이어 교육위 민주당 간사인 문정복 의원도 같은 취지의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 의원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시 지방교육재정의 부담과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며 이밖에 학생의 문해력 하락, 디지털 기기 중독,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등 전문가와 교사, 학부모가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바 국회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관해 명확하게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위해선 ‘교과서’로 인정해야” 

그러나 국민의힘은 내년도부터 초·중·고 일부 학년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려면 교과서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조정훈 의원은 지난 26일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와 한국교과서협회와 함께 야당 의원들의 AI 디지털교과서 제동법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조 의원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19개의 교과서 발행사와 한국교과서협회는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 올라온 민주당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자 한다”며 “특히 민주당의 법안은 오히려 학생들 간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격차를 만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찬반 논란에 더해 제동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파열음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교과서협회 “교과용 도서 지위가 확보돼야 제 역할 할 수 있어” 

9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AI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에 대해 발행 예정사들이 강력 반발에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교과서협회와 AI디지털교과서 발행 예정사들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강력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단체는 “AI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돼 선택이 학교장 재량에 맡겨지면 시장확보가 불투명해진다”며 “1과목당 최소 20억원이 투입되는 개발 손실을 발행사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AI교과서를 교과서로 포함했으나 민주당은 법안을 통해 이를 뒤집겠다고 나선 것이다.

교과서협회는 “AI교과서는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교육 도구”라며 “교과용 도서 지위가 확보돼야 학생 맞춤형 교육을 통한 교육 격차 해소, 사교육비 경감 등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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