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전시장에 있는 모든 작업이 하나의 포인트를 향할 수 없다. 캐스팅 작업을 하면서 몰드와 가장 고르게 닮은 복제품들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것은 완성도와 연결이 되고 또 작업 과정을 반복했다는 노련함으로써 증거가 되어준다. 몰드의 내부를 그대로 닮은 작업을 바라보다 보면 제작한 사람으로서 몰드의 밖, 몰드를 만들게 된 나의 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원형의 사물 주위에 실리콘을 부어 몰드를 만들었던 것보다 이전, 원형이 나에게 오게 된 과정 그 시간들은 분명 하나의 다리를 건너고 있지만은 않았다. (길을 걷다가 발견하는 사물과 버스를 타고 가다 발견하는 생각들 그리고 무심코 넘긴 책에서 꽂히는 단어들은 너무나 무작위적이기에 나라는 매개를 제외한 하나의 무엇은 상상할 수 없다.)
가끔은 결과물을 주위를 둘러싸며 말이 계속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과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시간의 틀에 붙은 말들은 뚜렷한 결과물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것이 나조차 난처하다. 과정에서 그 모든 것 사이에 다리를 수 없이 많이 놓고 그것들의 일부라도 하나의 결과물에 도착하기를 바란다.
작업의 과정으로 만들어진 작업이 다른 시간을 타고 흘러온 작업들과 한 전시장에 모여있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각자 다른 시기에 만들어지고 조금 그리고 많이 다른 작품들이 마치 하나의 얼굴에 눈코입이 되어주듯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일정 기간 동안 한 공간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내는 것, 내 방에 있는 가구들도 작업실의 재료들도 어쩌면 모두 자기 자리를 찾아 그대로 있는 것이 가장 대단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전시장에 도착한 예술인이라면 응당 핸드아웃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의 벽과 바닥 작은 탁자 위 어딘가에 놓인 핸드아웃을 들고 전시장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작품을 찾아낸다. 작품을 바라보고 재료를 유추해 보고 제목과 포스터의 이미지를 통해 받은 정보들로 작업을 바라본다. 작업을 이해하기보다 감상하는 것을 향해 계속 노력한다.
나는 무엇을 읽더라도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가의 의도는 과거의 작가와 미래의 작가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과 그리고 어느 날 작업이 작가의 입과 손을 타고 적혀 내려간 글에서 나오게 되는 순간 딱 그 찰나의 순간에 작업은 동일시되는 지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전시장에서 내가 믿는 것은 그것이다. 이 작업의 뒤에 있는 벽보다 또는 작업이 놓인 이 바닥보다 큰 과정들 물리적인 과정을 넘어선 것을 상상하고 마음속에 넣으며 불당에 들어간 불자처럼 마음속으로라도 절을 하고 나오는 것을 상상한다. 작업의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행하고 지켜본 나는 작품이 한 방향을 향할 수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된다. 작업에 대한 질문은 그래서 당황스럽다. 시간을 세세히 기록하는 유일한 방법은 브이로그이지만 그 세세함은 아마도 작품의 아우라를 지워내고 말 것이다. 모든 시간들로 인해 나는 내가 시간에 구속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그 밖에서 항상 ‘있는’ 사물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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