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공세 강화에 '타격' 헤즈볼라, 협상 손짓…네타냐후, ICC영장에 위축
바이든, 퇴임 앞두고 휴전종용…"모두가 트럼프 때문에 협상테이블에 모여"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26일(현지시간) 휴전 합의는 양측의 내부적 요인에 더해 이를 중재한 미국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신구 권력'이 모두 휴전에 힘을 실은 가운데, 지도부 와해로 위기에 처한 헤즈볼라가 전향적 입장을 보이면서 협상의 공간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즈볼라는 지난 9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자 본격적으로 위축됐다.
특히 이스라엘이 9월 17~18일 헤즈볼라 대원들의 통신수단인 무선 호출기(삐삐)·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동시다발 폭발 공격을 단행한 데 이어, 레바논 내 헤즈볼라의 근거지들을 공격하자 헤즈볼라 내부는 크게 흔들렸다.
나아가 같은 달 말에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살해되면서 지도 체제가 사실상 와해하는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이스라엘의 압박은 헤즈볼라의 자금줄 차단 작전까지로 확대됐다. 헤즈볼라가 휴전 협상과 관련한 메시지를 본격 발신한 때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실제 이번 휴전 합의의 내용에서도 헤즈볼라의 수세적 입장이 엿보인다.
특히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 중단의 선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가자지구 휴전'은 이번 합의에선 완전히 빠졌다.
반면 이스라엘이 줄기차게 요구한 유사시 레바논 내 군사 작전의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은 포함됐다.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헤즈볼라가 수세적 입장이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도 합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전쟁에 대한 강경 일변도 태도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발부한 체포영장은 그의 국제적 입지를 더욱 좁혔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한 이스라엘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이스라엘을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휴전을 지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결심'에 더 많은 영향을 준 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일 수 있단 분석도 있다.
국제사회의 분쟁에 개입하길 원치 않는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를 고려해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선물'로 준비한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휴전하기 위한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하며 이는 "(네타냐후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조기에 외교정책상 승리를 안겨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당선인 측 안보팀에 이번 휴전 내용을 사전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국 당국자는 "그들이(트럼프 당선인 측) 그것을 지지하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왈츠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의 "압도적인 승리는 세계를 향해 혼란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냈다"며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협상테이블에 모인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날 휴전 합의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13개월 만에 타결됐다.
레바논 보건부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에 따른 레바논측 사상자와 관련, 최소 3천823명이 숨지고 1만5천859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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