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우려로 생존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는 사업 다각화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업계는 고성장세가 전망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ESS를 필두로 비(非) 전기차 사업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대규모 ESS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26년부터 4년간 8GWh 규모 ESS를 공급하는 계약이다. 이는 버테크 출범 이후 최대 성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자율주행로봇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베어로보틱스에 서비스·산업용 로봇에 탑재될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로부터 우주선에 탑재할 전력 공급용 배터리 납품을 의뢰받아 맞춤형 제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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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006400)도 비 전기차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SDI ESS 매출은 미주 내 전력용 삼성 배터리 박스(SBB) 판매 증가세에 힘입어 3분기에 20% 이상 증가하는 등 고성장을 달성했다.
지난 9월에는 울산 사업장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과 제조의 중심이 될 마더라인 구축을 시작,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온 역시 전기차 외 수요처용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그동안 주력 분야가 아니었던 ESS를 처음 공개한 데 이어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간 국내 배터리업계는 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으려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현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을 빠르게 늘려왔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지속적으로 IR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당선인은 IRA를 "재정적자를 부르는 파멸 기계이며, 왜곡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평가한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창업자를 차기 미국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미국의 변화를 살펴보며 사업 다각화에 힘을 주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 동력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전환 추세는 유효하고, 미국의 극단적인 정책 변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IRA의 대대적인 손질이 예고되긴 하지만, 결국 길게 보면 업계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아예 놓을 순 없는 상황이다"라며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며 리스크를 줄이면서 미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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