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더 큰 함정 원해"…한국 함정 항행거리 짧은게 주요 요인
두 업체 경쟁에 정보공유 한계…이종섭 대사 조기 교체 영향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호주 정부가 신형 호위함 사업에 한국이 탈락하고 일본과 독일 업체가 최종 후보로 올랐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최근 방위산업의 강자로 떠오른 한국 업체들의 탈락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자국에 신형 호위함을 공급할 사업자 후보를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으로 압축했고, 한국과 스페인 업체는 탈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호주는 신형 호위함 11척을 추가 도입하기 위해 지난 2월 한국, 일본, 독일, 스페인 등 4개국의 5개 업체를 1차 후보로 선정한 바 있다. 한국 업체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1차 후보로 선정됐지만, 2개 업체로 압축하는 2차 후보 선정에선 고배를 마신 것이다.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호주는 2차 후보 선정 결과 발표에 앞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에 탈락 사실을 통보하면서 그 이유도 설명했다.
호주 측은 한국 업체가 제시한 호위함은 항행거리가 짧아 호주군의 작전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통상 배수량이 큰 배가 항행거리도 길다.
호주 국방부도 신형 호위함 사업자 후보를 일본과 독일 업체로 압축했다고 발표하면서 "새로 도입하는 호위함은 우리의 전략 환경에 대응해 더 크고 파괴력 있는 수상 전투함대를 갖추려는 정부의 계획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호주가 도입하려는 신형 호위함은 기존 안작(ANZAC)급 호위함(배수량 2천700t·만재배수량 3천600t)을 대체하는 함정이다. 호주 측은 중국 해양 위협 등에 대비해 안작급보다 더 크고 항행거리가 긴 함정을 원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제시한 호위함은 배수량 3천t급이지만, 일본이 제시한 호위함은 5천t이고, 독일도 한국 업체보다 배수량이 큰 함정을 제안했다"며 "호주는 일본과 독일 업체가 제시한 함정이 자국 작전환경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업체가 제시한 '모가미'와 독일 업체가 제시한 '메코 A-200'는 항속거리가 각각 1만4천800㎞, 1만3천300㎞에 달하나, 한국 업체들이 제시한 충남급 및 대구급 호위함은 약 8천300㎞로 항속거리가 짧다.
주로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한반도 작전환경에선 충남·대구급 호위함의 항속거리로도 충분하지만, 호주 해군은 더 먼 바다에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일본과 독일 호위함을 선호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업체도 왜 더 큰 호위함을 제안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호위함의 설계를 변경해 배수량을 키우고 항속거리를 늘리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호주 측은 지금 만들 수 있는 함정을 제시하라고 했을 때 우리는 3천t을, 일본은 5천t급을 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업체도 항속거리가 긴 5천t급 호위함을 만들 수 있지만, 호주 해군 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기존 함정을 토대로 제안한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호주 호위함 사업은 선진국 함정 시장에 한국 조선업체가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호주 측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김칫국부터 마신 셈이다.
아울러 호주 측은 한국이 제안한 납품 시기가 자국 계획보다 빨라 년도별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납품 시기를 조절하면 될 일이어서 탈락 배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놓고 국내에서 과열 경쟁을 벌이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호주 호위함 사업에도 각각 뛰어들어 '코리아 원팀'을 구성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과 독일처럼 원팀이 구성됐다면 방사청을 중심으로 두 업체가 유기적으로 협조해 정보를 공유하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국방장관을 역임한 이종섭 전 주호주 한국대사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외압 논란 끝에 지난 3월 임명 25일 만에 사임한 것도 호주 호위함 사업 탈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쟁국(일본과 독일)의 치밀한 공략에 더해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조기 교체로 교섭 추동력을 상실한 것이 큰 요인"이라면서 "방산 협력에 공을 들이려고 갔던 이 전 대사가 불가피하게 사임하는 과정에서 호주 측이 감정적으로 상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호주 측에서 고위급 소통이 불충분한 것 아니냐는 불평을 한 적도 있다"면서 "이런 대규모 사업에는 항상 정치적 판단이 따르기 때문에 그런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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