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주로 대주자 또는 대수비를 소화하던 선수가 생애 첫 개인 타이틀을 수상했다. '도루왕' 조수행(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조수행은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시상식에 참석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64개)를 기록하며 팀 동료 정수빈(52개)을 제치고 도루 부문 1위에 올랐다.
2016년 2차 1라운드 5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조수행은 2022년까지만 해도 경기 중반 이후 교체 출전해 팀에 힘을 보탰다. 대주자 또는 대수비가 그의 역할이었다. 그랬던 조수행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건 이승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3년이었다. 조수행은 지난해 219타수 48안타 타율 0.219 1홈런 17타점 26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많은 기회를 얻은 조수행은 130경기 328타수 87안타 타율 0.265 30타점 64도루로 정수빈과 함께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765⅔이닝 1실책)을 보여줬다.
조수행은 "백업 선수 생활이 길었는데, 이 상을 받을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매 시즌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도움이 되는 영상을 보내주신 김태룡 단장님, 날 믿어주신 이승엽 감독님께 감사하다"며 "'만년 백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태였는데, 감독님께서 그 편견을 깰 수 있도록 해주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많은 도루를 기록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토 고지 코치님, 김동한 코치님, 정진호 코치님께 감사하다. 또 전력분석 팀에서 너무 많이 고생하셨고,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덧붙였다.
가족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시상식에) 가족들이 왔는데, 항상 어릴 때부터 많이 응원해서 지금까지 야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은 자리에 없지만, 1년 전(지난해 2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덕분에 자리를 잡고, 또 아버지께서 이 상을 주시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두산 팬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이야기했다.
시상식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표현한 조수행은 "아버지의 빈 자리가 많이 느껴진 오늘이었던 것 같아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많은 생각이 떠올랐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2024시즌을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린 조수행은 더 나은 시즌을 꿈꾼다. 그는 "몇 시즌을 치르면서 올 시즌에 타격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격에 좀 더 집중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팀 내 외야진 경쟁이 올해보다 훨씬 더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2일 2대3(정철원·전민재↔김민석·추재현·최우인)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외야수 김민석과 추재현이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기존 선수들도 계속 성장하는 중이다.
조수행은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시즌을 잘 준비해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어차피 결과로 평가를 받는 세상"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온 게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뭔가 생각이 많아졌는데, 사회는 냉정하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내가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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