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센스, CGM 유통할 글로벌사 공개 시점 내년 7월로 지연

아이센스, CGM 유통할 글로벌사 공개 시점 내년 7월로 지연

이데일리 2024-11-27 08:01:10 신고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내년 7월 1일 론칭할 때에는 글로벌 PL(Private label) 브랜드 유통업체(Distributor)가 어딘지 발표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이 바뀔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남학현 아이센스 대표는 26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남학현 아이센스(099190) 대표는 26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이 같이 사과했다. 임박했던 글로벌 PL 유통업체 공개 시점이 미뤄지면서 실망한 주주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글로벌 CGM 유통업체 계약 이슈로 주가 출렁

앞서 아이센스는 10월 내 글로벌 업체와 연속혈당측정기(CGM) 공급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가 10월 말이 되자 남 대표가 11월 내에는 계약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글로벌 유통업체가 어딘지 공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시점은 내년 7월로 지연됐다.

이처럼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남 대표는 “우리는 밝히고 싶어했지만 계약 상대방이 기밀유지협약(NDA)을 들먹이며 사정이 있다고 해서 그렇다”며 “당시에는 9월에 계약 (체결을) 끝내기로 했는데 IT 관련된 계약조건(terms)에 대한 논의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12월 중순에는 계약이 맺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제 발표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상대방이 좀 더 기다려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이센스가 계약 조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는 과정에서 계약 체결까지 시간이 걸린 측면도 있다. 남 대표는 “큰 회사라고 해도 계약 조건을 강하게 밀고 나갔다”며 “아무리 큰 회사여도 PL 독점은 못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상대방이 시장점유율을 못 채우면 세컨드 PL을 가질 권한을 갖고 PL과 상관없이 케어센스 브랜드는 언제든지 들어가서 팔 수 있다”며 “이 조건을 못 받아들이면 계약 못 한다고 버텼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말고 대안 있으면 찾아보라는 배짱이 있어서 그렇다”면서 “그러나 보니 (계약이) 조금 늦어지는 것은 있다”고 인정했다.

최근 아이센스는 글로벌 CGM 시장 진출을 앞두고 든든한 글로벌 파트너사를 확보하고 그 실체를 곧 공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 9월 2일 1만6750원이었던 아이센스의 주가는 지난달 18일 장중 한때 2만100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이날 아이센스는 전일 대비 4.3% 오른 1만9890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시간외 주가는 5.33% 급락했다. 글로벌 PL 유통업체에 대한 공개 시점이 미뤄지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종우 아이센스 최고재무책임자(이하 CFO)는 “현재 시점에서는 12월 중순이 (계약 체결이 마무리되는) 가장 현실적인 타이밍인 것 같다”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계약 체결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자가혈당측정기(BGM) 글로벌 파트너사로는 엠벡타(embecta)가 추가됐다. 엠벡타는 1942년 세계 최초로 인슐린 주사기를 개발한 벡톤디킨슨(이하 BD)의 당뇨사업부에서 2022년 4월 분사 후 당뇨전문기업으로 출범한 업체다. 엠벡타는 세계 최대의 인슐린 약물 전달 디바이스 생산업체로 연간 80억개의 인슐린 펜·주사기를 생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엠벡타가 CGM 유통도 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지만 이번 기업설명회로 CGM 글로벌 유통업체는 다른 곳이라는 게 드러났다. 남 대표는 “엠벡타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CGM도 협업하자고 권유했지만 엠벡타가 분사한 지 얼마 안 됐고 현재 사업만으로도 정신 없으니 BGM부터 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올해 실적 가이던스 달성 힘들 듯…애물단지 된 아가매트릭스

이날 남 대표는 영업실적에 대한 가이던스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앞서 아이센스는 지난 2월 2024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3100억원, 영업이익 160억원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098억원,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전망치 대비 각각 67.7%, 41.3%에 해당된다.

윤 CFO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목표 대비 90~95% 사이 매출은 달성할 것 같고 영업이익은 현재로서는 가이던스에 못 미칠 확률이 매우 크다”며 “공시 규정상 가이던스의 30% 이상 벗어나면 수정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숫자 윤곽이 나오는 올해 12월, 내년 1월쯤에는 수정 공시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추정했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이유는 ‘아가매트릭스’(AgaMatrix) 탓이 컸다. 아이센스는 지난해 7월 미국 혈당측정기 기업 아가매트릭스를 인수했다. 구주 매입 후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분 100%를 2863만달러(한화 약 374억원)에 인수했다. 아가매트릭스가 보유한 미국·유럽 지역 판매 채널과 영업 리소스를 활용해 아이센스 BGM과 CGM을 수월하게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2022년까지만 해도 319만달러(약 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아가매트릭스는 아이센스가 인수한 이후인 지난해 말 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3분기 말에는 78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됐다. 아이센스의 종속기업 중 가장 큰 적자를 내면서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아가매트릭스의 경영 상황이 2022년부터 악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아이센스가 인수에 나선 데에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 남 대표는 “당시 아이센스에 혈당스트립을 공급하던 아가매트릭스를 버릴지, 인수해서 살릴지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며 “아가매트릭스는 혈당 스트립만 공급하던 회사라 50% 가까운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였고, 아사매트릭스 생산량이 아이센스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가매트릭스 공급이 갑자기 끊기면서 현금이 줄어드는 건 참겠지만 생산량이 20% 급감하면 생산단가가 상승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처럼 급변될 상황을 막을 수 있겠다는 판단 하에 아가매트릭스를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했던 부분은 아가매트릭스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유럽 파트너사와 관계가 악화됐었다는 점이다. 남 대표는 “인수하고 가보니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경영 혁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매트릭스가 적자가 됐고 직원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내년까지는 아가매트릭스 상황이 그렇게 좋진 않을 것”이라고 실토했다.

아이센스는 아가매트릭스에서 자사와 중복되는 기능의 부서와 스태프 부서를 모두 없앴다. 성과가 부진한 영업사원들도 구조조정했다. 아가매트릭스의 미국법인은 전체 인원을 45명에서 20여 명으로 전체 인원의 50% 정도 감축했으며, 유럽법인은 20여 명에서 9명 정도로 인력을 줄였다.

아이센스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선 CGM의 해외 진출에 따른 성과가 중요하다. 아이센스는 연내 14개국에서 ‘케어센스 에어’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20개국 이상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헝가리, 독일, 네덜란드, 칠레, 영국, 폴란드 등 6개국에 출시된 상태다. 내년 1월까지 10개국 추가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케어센스 에어2’를 2027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7년 4분기 FDA 허가를 획득하고 미국 시장에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2025년 말~2026년 초 FDA에서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중간결과라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남 대표는 “가이던스를 못 지켜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계획했던 일정들이) 1년씩 뒤로 가는 것 같다. 시장에 진입하는 데 여러 가지 허들을 극복하는데 시간이 1년 정도씩 더 걸렸다”고 했다. 이어 “무소의 뿔처럼 앞으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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