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소설'블러핑'48] 대통령 비서실장 '이홍락의 5인방' 입방아

[팩션소설'블러핑'48] 대통령 비서실장 '이홍락의 5인방' 입방아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4-11-27 07:30:00 신고

3줄요약
삽화=윌리엄
삽화=윌리엄

1964년

베트남 전쟁

 유난히도 더웠던 8월 초, 북베트남군이 미 해군 구축함 매독스호를 공격한 통킹만 사건으로 베트남 전쟁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본격적으로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통킹만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은 북베트남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단행했다.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던 암흑 같은 진흙탕 속으로 미국은 자신을 밀어 넣었다. 대한민국 국회는 통킹만 사건이 터진 이튿날 국군의 베트남 전쟁 파병안을 통과시켰다. 전투 병력이 아닌 비둘기 부대로 지칭하는 비전투 부대에 대한 파병안으로 한정하였다.

 1965년

 반도조선 아케이드

 박종희와 공화당은 국유 재산이던 반도호텔과 철도호텔을 롯데와 조선호텔에 매각 하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여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세웠다. 워커힐 호텔을 신축하여 한강을 조망하는 숙박 시설과 카지노를 열었고, 외국의 무용단을 초청하여 워커힐 쇼를 화려하게 개장하였다. 대통령 비서실장 이홍락은 박종희 대통령의 최고 책사로 활약했다. 제갈공명과 조조를 합친 ‘제갈조조’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였다. ‘

 이홍락 5인방’은 유명한 일화를 많이 남겼다. 선경의 최희건, 한국화약그룹 김종호, 호남정유 서정국, 신진자동차 김창훈, 미도파백화점 박용학이 그 유명한 ‘이홍락 5인방’이다. 최중건 회장이 폐암으로 젊은 나이에 사망한 후에 최희건의 막내딸 최호정과 이홍락의 막내아들 이정국이 혼인을 하게 된다.

 워커힐 호텔은 SK가 1973년 3월에 인수하여 지금까지 50년간 운영하고 있다. 카지노 대부로 불리던 전락훈은 한국관광협회 이사를 지낸 경험으로 빠르게 시대의 흐름을 읽었다. 전락훈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올림포스 관광호텔을 시작으로 관광업계에 발을 디딘 그는 1973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워커힐 카지노를 인수하며 국내 카지노 업계의 황제로 등극하였다. 워커힐 카지노를 통해 막대한 부와 인맥을 쌓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부산, 제주, 도고, 인천에 파라다이스 호텔을 세우고 부산과 제주, 인천에도 카지노를 개장하였다.김형국 중정부장은 영숙에게 만나자는 전갈을 넣었다.

 “임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부장님.”

 “저보다 바쁘신 걸 잘 알지요. 허허허”

 “아이참, 무슨 그런 말씀을… 호호호”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임 회장께서 반도조선 아케이드를 운영해 주 셨으면 합니다.”

 1965년 완공된 반도 조선 아케이드는 지하 4층, 지상 2층으로 5,400여 평의 종합상가로 귀금속, 토산품, 민예품, 인삼, 양장, 남성복, 선물 가게 등이 입주하였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2천여 평의 상가, 지하 2~4층에는 주차장이 있었고, 최신 에스컬레이터와 냉난방 시스템을 완비하여 당시로서는 최고의 호화시설이었다. 워커힐 호텔 건으로 이홍락 비서실장에게 밀리고 있던 김형국은 반도 조선 아케이 드로 박종희 대통령에게 점수를 만회하고 싶었다.

 “제가 직접 나설 수는 없지만 여기에 적합한 사람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

 영숙은 얼마 전 미국에서 돌아온 김동욱이 이 일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김동욱은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의 메이시스 백화 점에서 총괄 매니저를 하다가 아버님의 별세로 귀국한 인재였다. 김동욱은 임 회장의 제안을 곧바로 수락하고 아케이드를 맡아 운영 시스템을 최적화시켜 나갔다. 항상 청결을 강조했으며, 최고의 상품만 갖추었고 통역원까지 상주시켜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주한 미군들과 그 가족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은 패션쇼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게 하였다. 패션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전문 모델이나 모델 에이전시가 없던 때라 김동욱은 고객 중에서 멋진 여성을 모델로 캐스팅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길거리 캐스팅이었다. 그 유명한 심주희, 이나영, 김민하 같은 모델들은 아케이드에 쇼핑 나왔다가 졸지에 스타가 된 케이스였다. 쇼핑 아케이드는 한국 패션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되었고 1층의 쇼윈도우는 서울 최고의 명물이 되었다. 관광객이나 외국 주재원이 한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명소가 되었다. 아케이드를 임 회장과 함께 간 김형국 부장은 넘쳐나는 고급스러운 손님들과 외국 인들을 보고 대단히 만족했다.

 “대단합니다, 임 회장. 대단해요. 정말!”

 “김동욱 사장이 이렇게 잘 해낼 줄은 저도 몰랐어요.”

 2층에서 김동욱 사장이 뛰듯이 내려왔다.

 “소식도 주시지 않고 이렇게 오시면…”

 “번거롭게 할 것 같아서 그냥 한번 둘러보려고 했지. 그동안 수고 많았어.”

 김동욱은 대한민국 실세 중의 실세인 김형국 정보부장이 직접 방문해 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해 감격했다.

 “파리의 상류계급 여성을 겨냥한 오트쿠튀르 하우스를 보는 것 같아. 수고 많았어. 기대 이상이야.”

 “회장님께 처음 칭찬을 듣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영숙의 장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김동욱은 평소에 임영숙을 은인으로 생각하며 존경하고 있었다. 반도조선 아케이드의 런웨이는 오랫동안 한국판 오트쿠튀르의 명성을 이어갔다.

[팩션소설'블러핑'49]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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