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94년생 홍성욱 씨…택지지구 도로 표지판·기둥 통폐합
정비 기간 '8개월 이상→한 달' 단축…사업비 1억3천만원도 절감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관행적으로 과도하게 설치돼 운전자 시야를 가리거나 혼란을 유발하는 도로 표지판 기둥(지주)을 직접 조사해 단 한 달 만에 200개 넘게 뽑아낸 30대 공무원이 있어서 화제다.
주인공은 경기 의정부시 도로관리과 1994년생 홍성욱 주무관.
그는 10월 한 달을 사무실보다 고산 공공주택지구에서 더 많이 보냈다고 한다. 도로변에 중복되거나 불필요하게 설치된 기둥을 찾아 철거하기 위해서다.
시작은 지난달 초 김동근 시장과 도로관리과 직원들의 점심 자리다.
직원 격려차 만든 이 자리에서 김 시장은 도로에 불필요한 시설물을 없애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이 과정에서 고산지구 내 기둥 얘기가 튀어나왔다.
도로관리과는 지난 7월 조직개편 때 신설된 '걷고 싶은 도시국'으로 이관됐다.
마침 김 시장 옆에 앉은 홍 주무관이 불필요한 기둥 정비를 자원했다.
그는 "난립한 도로 표지판 기둥이 오히려 운전자 시야를 가리거나 혼란을 유발한다고 평소 느꼈고, 더욱이 도로조명을 담당하면서 가로등을 살피느라 이런 기둥을 눈 여겨봤기 때문에 정비를 맡고 싶었다"고 손 든 이유를 설명했다.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다른 팀 업무인데 괜히 나서는 것은 아닐까, 필요한 기둥을 뽑는 것은 아닐까, 만족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등 막상 일을 맡고 나니 부담이 생겼다.
그러나 해당 팀에 양해를 구하자 흔쾌히 동의해 줬고, 과장도 관련 부서와 협의해 주는 등 힘이 됐다.
남봉준 도로관리과장은 "열정적으로 일하는 후배라 믿음이 있었고 통합 업무이기도 해서 관련 부서와 잘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말했다.
홍 주무관은 먼저 매뉴얼과 관계 법령을 살피고 주차관리과와 철도교통과 등 관련 부서 자문을 얻은 뒤 같은 팀 동료 1명과 현장을 둘러보며 초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경찰서를 찾아가 담당 경찰관과 함께 현장을 다시 찾아 뽑아도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체크했다. 3일 만에 전수 조사를 마쳤고 전체 기둥 264개 중 철거할 기둥 239개(91%)를 골라냈다.
통상 이런 업무는 업체에 한 달가량 전수 조사를 맡겨 용역비가 1천만원이 이상 드는데 이 돈을 줄일 수 있었다.
견적을 내 보니 인건비와 장비 사용료 등 9천600만원이 나왔고, 입찰을 거쳐야 해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마땅치 않은 홍 주무관은 전화 수십통을 돌려 철거비용을 1천970만원까지 낮춘 업체를 찾아냈다. 이 금액이면 수의계약이 가능해 곧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철거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도 발생했다.
기둥에 부착된 도로 표지판 408개 중 251개를 가로등과 신호등, 폐쇄회로(CC)TV 등이 설치된 기둥으로 옮겨 달아야 하는데 표지판 뒷면 브라켓 크기와 모양이 달라 4천만원을 들여 새로 제작해야 했다.
그러나 홍 주무관은 업체와 고민한 끝에 기존 표지판을 재사용하는 방법을 찾아내 이 비용도 아꼈다.
결국 홍 주무관의 발로 뛰는 업무 처리로 통상 8개월 이상 걸리는 사업 기간을 한 달로 앞당겼고, 비용도 용역비 1천만원, 공사비 7천800만원, 표지판 교체비 4천만원 등 총 1억3천800만원을 절감했다.
2천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한 달 만에 130만㎡ 규모의 공공주택지구 곳곳에 불필요하게 박혀있는 기둥을 뽑아내 시민 안전에 보탬이 된 셈이다.
의정부시는 민락2지구 내 도로 표지판과 기둥, 불법으로 세워진 옥외 간판 등도 정비하고자 준비 중이며 여기에도 홍 주무관이 앞장서고 있다.
2013년 공직에 입문한 홍 주무관은 여러 부서를 거쳐 2020년부터 도로조명 업무를 담당하며 도시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몇 년 전 지인이 밤에 정신을 잃고 도로에 쓰러졌는데 어두운 탓에 운전자가 보지 못해 사망 사고로 이어져 너무 안타까웠다"며 이 일에 열정을 쏟는 이유를 귀띔했다.
공직 후배들을 향해서는 "공무원은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박봉이지만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조언했다.
결혼을 앞둔 홍 주무관은 빨리 아기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치며 환하게 웃었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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