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오는 2025년 시행되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와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전문대학가의 역할에 대해 모색하는 장이 마련됐다. 라이즈에서 전문대학은 평생 직업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고,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전문대학이 성인학습자·재직자 등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이번 학술포럼에서는 학회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교육계, 전문대학, 기업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26일 중소기업 DMC 타워에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가 주최·주관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공동 학술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영상으로도 동시에 진행됐으며, 전문대학과 교육계·기업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1999년 창립된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전문대학의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정책 제안에 목적을 둔다.
김헌영 라이즈위원장(전(前) 강원대 총장)은 ‘대학혁신과 라이즈(RISE)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라이즈에서의 전문대학의 역할과 참여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 라이즈위원장은 “오는 2025년에 시행되는 라이즈에서 전문대학은 지역의 산업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지·산·학·연 협력을 위한 가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일반대학 학생들과의 경쟁 관계가 아닌, 상생 관계로서의 전문대학의 역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문대학에서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뿌리산업과 같은 산업의 근간이 되는 직종에 대해 30~60대 종사자를 위한 디지털 전환(DX) 교육, AI 교육 뿐만 아니라 평생직업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헌영 라이즈위원장은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분야 등은 전문대학에 학과로 만들어져 있으며, 전문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맞춤형 교육과정과 2년이라는 단기 학제를 통해 신속하게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생성형 AI의 중요성도 강조한 김 라이즈위원장은 “‘챗 지피티(Chat GPT)’의 사용자가 올해 5월 기준 약 18억 명이다. 현재도 엄청난 속도로 챗 지피티가 우리 사회, 우리 교육에 침투하고 있다”며 “생성형 AI를 어떻게 우리 학문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가 모든 학회의 관심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인덕대 교수) 역시 내년 도입되는 라이즈에서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강점 분야를 구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AID 선도 대학 100개교’ 육성에 따른 전문대학의 준비’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전문대학은 업스킬(Upskill), 리스킬(Reskill) 등 직업교육을 진행하고 일반대학은 취미와 같이 삶의 질을 올리는 등의 비직업교육을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전문대학이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또 라이즈 사업에서 보면 신산업·첨단산업 분야는 일반대학이 담당하고, 전문대학에서는 평생 직업 교육 분야가 전적으로 배정돼야 하기 때문에, 전문대학이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AID 선도대학 100교 육성사업이 30세 이상 재직자·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성인학습자 직업 교육에 강점이 있는 전문대학에 대한 예산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문상 회장은 “오는 2025년 초등학교에 디지털 교과서 시범 사업이 시행되는 등 초등·중등까지 AI 분야로 방향을 맞춰가고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 분야에서도 모든 사업이 AI 쪽으로 맞춰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난 10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AID 선도대학 100교 육성사업의 키포인트(Keypoint)는 30세 이상 재직자, 성인학습자 등이고 오프라인 중심 교육은 일반대학 20개교, 전문대학 30개교, 사이버대학 10개교가 배정됐다”고 말했다.
강문상 회장은 “성인학습자 직업 교육은 전문대학에 지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에서도 성인학습자의 직업교육은 전문대학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혁신사업에서 전문대학은 30개교, 일반대학은 20개교를 선정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혁신지원사업에서 예산을 빼 줄 것인지, 별도 예산을 만들어 줄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결정이 안됐다. 혁신지원사업에서 30개교를 선정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온라인 중심의 교육과정인 AID 묶음강좌의 경우 일반대학·전문대학 합쳐 20개교이기 때문에, 혁신지원사업에서 30개교에 선정되는게 더 쉽다”고 설명했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가 직업교육을 왜 해야되는지, 무엇을 해야되는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까지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펼치기에는 이 사회가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약한 부분이 있다”며 “우리가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제는 미래 지역사회를 위해 직업교육이 더욱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 등 분명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도 회장은 “국내에서 공부를 마친 뒤 지역에 취업하고 정주하며 우리의 이웃이 될 수 있는 해외 청년들을 유치해야 한다. 또 중장년 재취업 등 기회를 모색하며 지금까지 수행해왔던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을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문상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가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와 한국고등직업교육연구소는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연구, 정책 수립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며 “또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줄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전문대학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AI 기술을 활용해 전문대학과 일반대학 간의 격차를 줄이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발전 방안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며, 오늘 포럼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서면 축사를 대독한 오병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립 25주년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창립 12주년을 축하한다. 교육부는 30대 이상의 성인학습자들에게 생애별, 주기별로 맞춤형 인공지능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을 지원하고 디지털 평생학습 생태계를 구축하는 ‘인공지능·디지털(AID) 30+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며 “모든 국민이 배움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와 고등직업교육연구소에서 전문대학의 중심인 평생 직업 교육 활성화에 많은 역할해주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지자체와 전문대학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와 전문대학이 어떻게 함께 성공할 수 있을지, AI와 디지털 기술이 전문대학 교육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포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은 축사에서 인공지능 스피커가 탑재된 삼육보건대 마스코트 인형을 소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박주희 총장은 “우리 대학의 마스코트인 ‘삼육 헬스 유니버시티(SAHMYOOK HEALTH UNIVERSITY)’의 앞글자를 따 한글로 발음한 ‘슈슈’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탑재돼 말을 걸면 대답을 한다. 내년부터 신입생들, 외국인 학생들에게 시범적으로 나눠줄 예정”이라며 “조교, 외국어 학습 교사, 상담 등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현재는 인공지능을 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이론적인 것보다 대학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주희 총장은 “그동안 전문대학은 현장의 일꾼들을 양성하는 역할을 했다. 정부에서 재직자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도 책임지게 됐고, 정부 정책에 맞춰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에서 그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번 포럼에서는 박동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이 전문기술석사과정 제도의 도입과 직업교육법 발의 연구를 통해 고등직업교육 발전과 전문대학의 위상 제고 등을 이끌어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정부영 충청대 교수의 ‘지자체-전문대학 연계 지원사업 사례분석을 통한 협력방안 모색’ △문건창 대림대 교수의 ‘전문대학 재정자립화 방안’ △홍은선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지역정주형 해외 인재 양성체계 활성화 방안’ △김한결 네이버클라우드 상무의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 기반 전문대학 디지털 혁신’ △유수경 울산과학대 교수의 ‘생성형 AI 학습도구의 윤리적 활용 지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네이버클라우드·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의 ‘AI 디지털 인재양성을 위한 협약식’ △제2회 전문대학 교수학습 연구대회 등이 진행됐다.
[인터뷰] 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 “내년 메타버시티 활용 수업 늘리고, 참여 대학의 ESG 실천 지표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
-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립 25주년 소감을 전한다면.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설립 초기부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협력하며,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의 발전을 선도해 왔다. 현재도 전문대학 직업교육 정책의 연구를 주도하고, 새로운 아젠다(Agenda)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오늘날 학회의 안정적인 운영과 발전은 선배 교수님들과 학회 회원들의 헌신 덕분이며, 학회장으로서 앞으로도 학회와 전문대학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최근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현안·관심사는 무엇인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는 전문대학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계 최초로 강의용 메타버스인 ‘메타버시티’를 구축했다. 과거에는 메타버시티에서 교육 현장의 배경을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수작업으로 제작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AI를 활용해 간단히 제작할 수 있다. 조경학과의 경우, 인공지능으로 디자인된 골프장을 수업 배경으로 설정하고 교수와 학생이 아바타로 메타버시티 공간을 돌아다니며 골프장의 조경을 학습할 수 있다.
또 학회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전문대학의 ESG 실천을 이끌기 위해 별도의 ESG 컨소시엄을 구성해 활동 중이다. 메타버시티는 ESG와 연계돼, 수업·행사를 진행할 때 절감된 탄소 배출량과 이를 통해 심어야 할 나무의 수를 자동으로 표시해 ESG 활동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 올해 1학기 메타버시티 플랫폼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2학기에 실제 운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시범운영 후 어떤 점을 보완했고,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는 현재 전문대학가의 반응도 궁금하다.
“2024년 11월 기준, 8개 대학에서 4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메타버시티를 통해 무료로 수업을 듣고 있다. 이는 메타버스 기반으로 여러 대학이 학점을 공유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다. 현재 운영 중인 과목은 ‘AI와 메타버스 시대의 윤리적 실천’ 등 7과목, 총 7학점에 해당하며 일부 대학에서는 수업 외에도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1학기 시범운영 후 메타버시티 플랫폼에는 LMS(학습 관리 시스템) 기능이 추가돼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학기 중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이제 곧 2학기 종강을 앞두고 있다. 이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새로운 수업 방식에 큰 관심을 보이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첫해인 만큼 학점 연계에 대한 부담으로 소수의 대학만 참여했지만, 내년에는 참여 대학들의 콘텐츠를 메타버시티에 추가로 탑재해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고, 모든 회원 대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향후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운영 계획은.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의 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과 시행은 매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외 회원 대학들을 위한 주요 사업으로는 메타버시티 컨소시엄과 ESG 대학 컨소시엄이 있으며, 올해 각각 43개 대학과 42개 대학이 참여했다. 두 컨소시엄 중 하나 이상에 참여한 대학은 총 60개로, 전체 130개 전문대학 중 약 절반 정도의 전문대학들이 학회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메타버시티에서 수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학생 중심의 ESG 해커톤 대회가 학기마다 성황리에 개최되는 것을 보며 두 컨소시엄 운영이 안정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느낀다. 내년부터는 대학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학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메타버시티를 활용한 수업을 확대하고, ESG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진행해 참여 대학의 ESG 실천 지표를 높이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또 산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 신산업 분야에서 회원 대학들과의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창구를 마련하겠다.”
- ‘라이즈(RISE) 전환’ ‘학령인구 감소’ 등 위기 속 전문대학가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오는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가 도입된다. 지역별로 유·불리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전문대학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05년과 2024년의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입학생 수를 비교했을 때, 일반대학은 2005년 32만 6284명에서 2024년 33만 7338명으로 3.4% 증가한 반면, 전문대학은 같은 기간 25만 1283명에서 16만 406명으로 36.2% 감소했다.
과거에는 동일 지역 내 전문대학 간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일반대학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제 전문대학들은 단결해야 하고, 동일 지역의 전문대학들이 힘을 모아 연합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또 국정과제 85번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에서는 전문대학을 ‘전문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직업전환 교육기관으로 지정·운영’한다고 돼 있다. 라이즈(RISE) 사업을 지자체에만 맡겨 두지 말고, 평생직업교육 분야 사업은 전문대학에 지정·운영하도록 중앙정부에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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