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그간 대통령 탄핵이나 정권 퇴진보다 '김건희 특검법' 통과에 주력하던 민주당이 야당과 연대를 통해 '임기단축 개헌'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도 보수 원로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회동을 예고하면서 '개헌 후 조기 대선'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대학가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고, 윤 정권 조기 종식을 원하는 국민 여론도 60%에 이르는 만큼 개헌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개헌을 위해 국민의힘에서 8표가 이탈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통령 지지율을 감안하면 탄핵은 물론 임기단축 개헌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 임기단축 개헌연대 출범.. "이미 심리적 탄핵 상태" "국민이 직접 심판해야"
최근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권 퇴진 방안으로 '임기단축 개헌'이 부상하고 있다.
즉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헌법 개정을 통해 내년 조기대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극심한 혼란이 야기된 바 있는 만큼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임기단축 개헌이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개헌은 국회의원 3분의 2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들이 법리를 따져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과 달리 국민들이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직접 파면할 수 있어 보다 현실적이라는 인식도 존재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87년 체제'를 종식했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어 여권의 반발이 탄핵 보다 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말 민주당 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임기 단축 개헌 연대 준비모임'이 발족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개혁신당이 합류 의사를 내비쳤다.
이후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9명과 원외 지역위원장 5명,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5명, 사회민주당 한창민 원내대표까지 원내·외 야권 정치인 30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파면 국민투표 개헌연대'(개헌연대)가 출범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의 조기종식은 전국민적 바람"이라며 "사상 초유의 헌정 유린 사태를 조속히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헌법에 주어진 권한으로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한 탄핵열기를 고조시키는 동시에 임기 단축 개헌을 힘 있게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헌연대는 21일에도 '대통령 파면 국민투표 토론회'를 열고 임기단축 개헌 군불을 뗐다.
이 자리에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실제 이미 윤 대통령은 심리적 탄핵 상태다. 그 절차만 남아있을 뿐"이라며 대통령 하야와 탄핵, 개헌 등 세 가지 방안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빨리 끝낼 수 있는 것으로 하루라도 빨리 (정권을) 끝내자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고 국회에 형성된 공감대"라며 "신속하게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윤 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직접 심판하자는 것"이라며 "가장 좋은 방식이 개헌을 통한 국민투표로 대통령을 파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 난국을 돌파하려면 결국 새 질서를 창출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탄핵은 당연히 안 되고 하야는 더 안 되고 이런 상태로 당분간 갈 것 같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개헌이 가장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봤다.
황 원내대표는 다만 "거부감이 실제 많아 지지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어떻게 돌파할 지 구체적인 실현 계획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 이재명 1심 유죄 판결 후 정권 퇴진 목소리 가열
민주당은 그간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시키는 당력을 집중해 왔다. 대통령 탄핵이나 정권 퇴진을 주장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김건희 특검법을 통해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탄핵 여론을 만들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또 대통령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객관적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특검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정권 퇴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건희 특검'에 대해 "안되는 것은 버리자"며 "지금은 우리가 모두 단결해서 같이 윤석열 퇴진을 하자"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검을 이 사람들이(국민의힘) 해줄 것 같냐"며 "저는 안된다고 본다. 안되는 것은 버리자"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과 재야 시민단체 합치자 해서 거기에서 윤석열 퇴진운동으로 넘어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70~80%의 국민이 '김건희 특검'을 찬성하고 있고 58~60%의 국민들이 윤석열 탄핵, 즉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강한 투쟁밖에 없다. 역풍이나 방탄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려면 시민단체나 조국혁신당과 함께 뭉쳐야 한다"며 "뭉치는 계기는 수위를 하나 올려서 퇴진으로 가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기단축 개헌'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김 전 의원은 1인 시위 시작과 함께 배포한 언론 설명 자료에서 "민생과 평화, 미래를 위해 정치 혁신이 절실한 시기"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임기를 1년 단축하는 개헌을 통해 제6공화국을 마감하고 제7공화국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 5년을 1년 단축하는 개헌을 통해 2027년 실시될 대선을 1년 앞당겨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28일 이석연과 회동.. '임기단축 개헌' 노선 공식화 하나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오는 28일 보수 원로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만남을 가지기로 하면서 민주당이 '임기단축 개헌'을 공식화 할 회동을 예고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통한 개헌론 공론화에 나설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이 전 처장이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고 개헌 후 오는 2026년 대선 실시를 주장한바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처장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집권 전반기에 대해 "사실상 정신적 내전 상태"로 규정하며 윤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개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민들이 4년 중임을 원하고 있다"며 "현재 대통령의 출구전략 중 그래도 가장 현실성 있는 것은 임기를 1년 단축하는 개헌안을 대통령 스스로 발의하고 2026년 지방선거와 같이 대선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스스로 그렇게 (개헌안을) 발의하고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 중립내각을 구성한다면, 지금까지의 실책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이 대표 입장에서도 '사법리스크'로 인해 자칫 대선 출마 길이 막힐 수 있어 조기대선이 가능한 임기단축 개헌으로 입장을 선회할 요인이 충분하다.
70개 넘는 대학, '尹 퇴진' 시국선언.. 국민여론 60% "탄핵 또는 임기 단축 개헌"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은 이미 과반을 넘어선 상태다.
대학가에서는 교수들과 학생, 동문들의 시국선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26일 현재까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등 70개가 넘는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도 대학 교수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서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율이 60%에 이르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151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해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 59.0%는 '조기 대선 찬성'이라고 응답했고, 31.0%는 '조기 대선 반대'를 선택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임기 수행에 대한 여러 논의 가운데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조사한 결과 '임기 완주' 30.4%, '탄핵' 29.0%, '자진 하야' 26.0%, '개헌을 통한 임기단축' 12.5%로 집계됐다.
한동훈 "헌정 중단, 국민과 함께 막을 것"
홍형식 "대통령 지지율 반등.. 탄핵이나 개헌 모두 어려워"
다만 개헌을 위해서는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8명이 이탈해야 한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단축 개헌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중대 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아예 헌정을 중단시켜 버리려는 것"이라고 "어떤 이름을 붙인 헌정 중단이든 국민과 함께 국민의힘이 막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개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폴리뉴스 스튜디오에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 가진 <민심레이더> 에서 현재 여론조사 지표를 참고했을 때 윤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 단축 개헌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심레이더>
그는 "일단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야 되는데 이번에 20% 이하로 내려갔다가 다시 반등을 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때처럼 힘을 받지는 못했다. 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2배 이상 압도적으로 나와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너무 현격하게 앞서 버린 게 역풍이 될 수 있다. 탄핵이나 헌정 중단이 곧 이재명 대표 당선이라는 등식이 형성이 돼 버리니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탄핵이나 임기 중단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가 나오고 교수들이 시국 선언도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때와 같은 어떤 탄력이 붙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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