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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가 '정년이'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특히 정은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안나'에서의 모습과 비교하면 "같은 사람이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길었던 머리를 과감하게 자르고, 자신만의 '문옥경'을 완성한 정은채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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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가 막을 내렸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다.
극 중 매란국극단의 남자 주연을 도맡아 하는 현시대 최고의 국극 왕자님, 문옥경을 연기한 정은채는 '정년이'의 수많은 배우들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너무 많은 배우분들과 제작진이 피, 땀, 눈물로 일군 '정년이'가 시청자분들께도 큰 사랑을 받아서 기쁘고, 그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렇게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누군가한테는 생소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중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는데, 상상 그 이상으로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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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정은채의 자리는 아니었다. 기존 출연을 확정했던 배우가 논란으로 하차했고, 정은채는 대체 투입됐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정은채는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구체적인 상황이나 내부적인 이야기는 잘 몰랐다. 문옥경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해서 연기할까가 가장 큰 숙제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은채는 파격적인 숏컷 모습을 공개, 작품이 방영되기 전부터 많은 화제를 이끌기도 했다. 정은채는 "문옥경 캐릭터는 여자지만, 남자의 모습도 한눈에 설득력 있게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묻어 나올까가 고민스러운 지점이었고, 외형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변신 이유를 전했다.
그는 이어 "스스로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중성적인 캐릭터를 맡게 된 것은 처음이지만, 제 안에 어떤 것을 꺼내서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부분을 감독님께서 캐치하셔서 캐스팅 제안을 주신 것 같다. 외형적이나 연기 등에서 과하지 않고 인위적이지 않게 중성적인 매력을 표현해 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만들어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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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채가 해석한 '문옥경'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모두가 삶에 있어서 그런 문옥경 캐릭터와 비슷한 인물을 꿈꾼다고 생각을 했다. 살면서 지표가 되어주고, 어떤 중요한 기로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그런 인물로 생각했고, 그게 잘 표현이 되어야만 문옥경이 이 드라마 속에서 존재하는 의미가 발현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실제 문옥경은 김태리가 맡은 '정년이'를 국극에 발 들이게 하는 인물로, 그에게 다양한 조언을 건네주며 성장을 돕는 역할이다.
정은채 역시 수많은 문옥경을 만나며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그는 "딱 한 명으로 말씀을 드릴 수 없을 만큼, 연기생활을 하며 매 작품 어떤 시기에 문옥경 같은 사람이 있었다. 한 마디씩 조언을 해주신 선배님들도 계셨고, 늘 그런 식으로 좋은 분들이 지지해 주고 믿음의 눈으로 바라봐 주셨다. 저한테는 모두가 문옥경같은 존재였지 않나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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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배우 역할을 소화해야 했던 만큼, 연기하기에 공감되는 포인트가 많았을 것 같다는 말을 하자 "극 중 옥경이 계속 반복되는 연기와 캐릭터에 지루해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모습이 드러난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는 캐릭터다. 저 또한 익숙한 모습을 반복하는 것은 거리를 두고, 어렵더라도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고, 스스로에게 숙제를 안겨주려 한다. 그런 부분에서 제 마음이 많이 투영됐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실제 '안나', '파친코', 그리고 이번 '정년이'까지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얼굴을 갈아끼운 것 같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정은채는 "좋은 평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전작의 캐릭터들에게 감사하다. 다른 인물이 되어 새로운 얼굴을 꺼냈을 때 조금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 낯섦을 체화시키는 작업이 어려우면서도 짜릿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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