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80년대 대학 축제를 통해 널리 알려진 민속놀이 '영산줄다리기'의 마지막 보유자인 신수식(辛秀植) 전 한국전통줄다리기 전승단체연합회장이 지난 24일 오후 2시48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6일 전했다. 향년 77세.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7년 영산줄다리기에 입문했다. 영산농협 이사, 영산면 체육회장 등을 거쳐 2010∼2014년 창녕군의원을 지냈다. 영산줄다리기보존회장을 거쳐 한국전통줄다리기 전승단체연합회장을 지냈다.
고인의 유족은 부인 황순희 씨와 사이에 1남 3녀(신정화·신용우·신민주·신지영) 등이 있다. 이날 오전 발인을 거쳐 영산 선영에 안장됐다.
영산줄다리기는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서 이어져 온 민속놀이로, 동서로 나뉜 마을 사람들이 줄을 당겨 승패를 가름으로써 공동체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행사다. 영산중고교 교사였던 조성국(1919∼1993) 선생의 노력으로 1963년 영산줄다리기가 재개됐고, 1969년 줄다리기로는 처음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1983년 고려대와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대학 축제('대동제')의 핵심 행사로 인기를 끌었다. 고인도 1980∼1990년대 대학가를 오가며 영산줄다리기 보급에 힘썼다.
영산줄다리기의 맥은 1대 조성국, 2대 김종곤(1938∼2022) 씨를 거쳐 고인이 이었다. 고인은 지난해 7월 명예보유자가 됐다.
고인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영산줄다리기는 무급 이수자 18명과 전수생 7명으로 이뤄진 영산줄다기리보존회만 남게 됐다. 이는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2007년 보유자 없이 이수자만으로 꾸려가는 '자율전승형 보유단체' 제도를 도입했고, 영산줄다리기보존회가 2018년 이 제도 적용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장덕주 전 영산줄다리기보존회장은 "창녕은 점점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이라 줄을 나를 학생조차 없어서 수레에 실어서 운반하는 실정"이라며 "신수식 전 회장마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누가 자기 정성을 쏟아서 영산줄다리기를 보존하겠느냐"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 담당자는 "영산줄다리기 등 대동놀이에는 보유자가 없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보존회의 전승 역량 강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내년부터 개별 컨설팅을 통해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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