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은 4연임 도전 여부에 대해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축구계에선 ‘길어지는 침묵’을 도전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정 회장은 26일 KFA 정기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애초 이 자리에서 4선 도전 의사를 언급할 것으로 보였으나, 특별한 발언은 남기지 않았다. 회의 참석자들은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KFA에 따르면, 1시간40분 동안 이어진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은 현 임기까지의 잔여 업무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울산 HD-포항 스틸러스의 코리아컵 결승전 진행 등이었다.
KFA 규정상 정 회장이 내년 1월 8일 예정된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임기 종료(2025년 1월 21일) 50일 전인 12월 2일까지는 후보 등록 의사를 밝혀야 한다. 2013년 제52대 회장으로 선출돼 12년간 KFA를 이끌어온 그가 4연임 도전을 결정할 경우, KFA는 차기 회장 선출 전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대다수 축구인은 정 회장의 침묵을 ‘출마 신호’로 본다. 실제로 정 회장은 KFA 산하단체를 포함한 축구계 인사들과 자리를 갖고 있다. 이에 많은 축구인은 “선거 불출마를 결정했다면 (정 회장이) 여러 인사들과 굳이 만날 필요가 없고, 이번 임원회의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별 암시) 메시지를 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KFA 안팎에선 수일 내 정 회장이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인사는 “2~3일 내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교롭게 정 회장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자격 심의를 요청하는 날짜도 KFA 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혀야 하는 시점과 겹친다. 체육단체 수장이 3연임 이상에 나서려면 공정위의 승인이 필요한데, 앞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3연임 도전을 승인받았기 때문에 정 회장도 승인받을 것이 유력하다. 불출마를 요구해온 문화체육관광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상당하지만, 선거 출마 자체를 막을 근거는 없다.
아울러 KFA 대권 구도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 회장이 침묵을 이어가는 사이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를 공식화한 첫 번째 인사인 허 전 감독은 “다양한 행정적 난맥상에 휘말린 KFA를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외에 KFA 내부에서 오랜 시간 핵심 임원으로 활동한 또 다른 유력 인사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역시 출마를 심사숙고하고 있다.
KFA 회장 선거 운영위원회는 12월 12일 구성되며, 후보자 등록 기간은 12월 25일부터 사흘간이다. 당선자는 1월 22일 정기총회를 거쳐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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