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과연 크라운해태가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를 단식전에서 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항상 꾸준함을 무기로, 강팀으로 군림해 왔던 크라운해태가 이번 시즌에 정규리그 최하위로 내려가며 고초를 겪고 있기에 궁금증이 더 커졌다.
전 시즌 PBA 팀리그 정규리그 '톱2'로 활약했던 크라운해태는 지난 23-24시즌에 정규리그 총 40경기 중 26승 14패와 승점81로 마지막까지 1위 NH농협카드(30승 10패·승점87)와 1위 경쟁을 벌였고, 19승 21패로 승점60을 기록한 3위 SK렌터카와는 무려 20점 이상 차이를 보이며 2위를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우승한 4위 하나카드(19승 21패·승점57)와는 24점으로 최소 8경기나 차이가 났다.
크라운해태는 NH농협카드와 함께 압도적인 전력을 보이며 당시 챔피언결정전에서 두 팀의 승부가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로 직행한 크라운해태는 3위 SK렌터카에 1승 3패로 밀려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고, 이번 시즌에 뜻밖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크라운해태가 이번 시즌 부진한 이유로 손에 꼽히는 것이 선수 구성과 기용 문제다. 크라운해태는 이번 시즌에 유일하게 남자선수 5명을 선발한 팀이다.
다른 8개 팀 모두 남자 4명에 여자 3명 등으로 7인 체제를 구축했는데, 크라운해태는 남자 5명과 여자 2명으로 7명을 구성했다.
팀리그 규정에 각 팀은 총 7명 이상 선수를 보유해야 하는데 남자 선수는 4명 이상, 여자 선수는 2명 이상을 선발해야 한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도 2명 이상이 포함돼야 해서 모든 팀은 남자 선수 2명을 외국인 선수로 선발했다.
여자 선수가 포함될 경우 1명이 늘어나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들도 있다. 하나카드와 SK렌터카, 우리금융캐피탈 등이 3명의 외국인 선수를 선발한 팀이다.
크라운해태는 다른 팀과 달리 여자 선수가 2명이기 때문에 여자 선수들은 매 경기 출전할 수 있는 반면에 남자 선수들 출전 기회가 줄어들어서 오더를 짜는 것이 쉽지가 않다. 심지어 에이스 마르티네스마저도 이번 4라운드에서 복식전에만 계속 투입돼 왔다.
이에 대해 주장 김재근은 "남자 선수가 다른 팀보다 많아서 기회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출전 기회가 적다 보니 한 세트 나갔을 때 이겨야 한다는 부담과 무게감이 더 크다. 이런 것이 현재 우리 팀이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을 구단 측과 상의해서 종전에 남자 5인 체제로 오더를 짰던 것을 4인 체제로 바꾸었다. 남자 선수는 하루에 한 명씩 쉬게 된다"며 "4인 오더를 잘 활용해서 5라운드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정규리그 종합 9위'…여전히 갈 길 먼 크라운해태
크라운해태의 갈 길은 멀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 종반을 향해 가는 현 시점까지 9개 구단 중 정규리그 종합순위 9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
이번 시즌에 30경기를 치른 크라운해태의 성적은 12승 18패(승점36)에 그쳤고, 세트득실율도 0.783으로 가장 낮다.
1라운드에서 크라운해태는 5경기를 연패하며 5패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첫 상대로 만난 NH농협카드에는 0-4로 패했고, 이어 웰컴저축은행에 3-4로 져 2패를 당한 뒤 본격적인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1라운드 3일차에는 우리금융캐피탈에 2-4, 다음 날에는 SK렌터카에 0-4로 맥없이 무너졌다. 이어 하나카드와 대결한 크라운해태는 단식전 3, 5, 6세트를 따내며 3-3 동점에는 성공했지만, 7세트를 패하면서 5경기 전패로 1라운드부터 최하위로 내몰렸다.
크라운해태는 다음 경기에서 상대한 에스와이전에서 겨우 1승을 거두었다. 1세트에 마르티네스-김재근, 3세트 김재근, 4세트 오태준-백민주, 5세트 마르티네스로 이어지는 팀워크가 처음 살아났고, 전 시즌에 보여준 강팀의 면모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어렵게 시즌 첫승을 거두고 1승 5패(승점5)를 기록하며 하이원리조트(1승 4패)를 승점1 차이로 제치고 8위로 올라선 크라운해태는 두 경기를 남겨두었기 때문에 여전히 최하위 탈출이 숙제였다.
크라운해태는 곧바로 하이원리조트와 맞대결을 벌였는데, 2-3-4세트를 연달아 승리해 3-1로 앞서 있던 경기를 후반 단식 세 세트를 모두 내주면서 3-4로 역전패를 당했다.
모처럼 상승세를 탈 수 있는 기회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하면서 크라운해태는 사기가 꺾였다. 하루 쉬고 돌아온 크라운해태는 1라운드 마지막에 맞붙은 휴온스를 1세트와 3세트 승리 후 2-2에서 이번에는 5세트, 6세트를 따내 4-2로 승리를 거두며 1라운드를 마쳤다.
1라운드 최종 성적은 2승 6패와 승점9로 8위. 하이원리조트가 2승 6패(승점9)가 되면서 승점2 차이로 가까스로 꼴찌는 면했으나, 전 시즌 보여준 활약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한 성적이었다.
반전 없이 끝난 2·3라운드…과연 크라운해태의 필승 전략은 있을까
2라운드에서 두 달이 지난 후 연이어 열린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크라운해태는 반전을 노려야 했다. 팀의 주축인 마르티네스가 단복식에서 살아나고 임정숙-백민주의 여자복식을 초반에 따내면 지난 시즌처럼 승부를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는데, 1라운드를 마치고서 얼마나 팀워크가 회복됐을지가 관건이었다.
마르티네스는 이번 시즌 개인투어에서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에서 4강, 2차 투어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을 우승하며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1라운드에서는 이러한 마르티네스 효과를 보지 못했다.
1라운드에서 마르티네스는 단식전 7경기에 나와 5승 2패로 준수한 성적을 냈고, 복식전은 세 번째 웰컴저축은행전부터 출전하기 시작해 2승 4패로 부진했다.
2라운드 시작 전에 열린 두 차례 개인투어에서 마르티네스는 64강과 8강에서 탈락하며 다소 주춤했다. 주장 김재근은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에서 8강에 올라왔고, 16강에 진출해 담금질을 시작했다.
이번 시즌에 합류한 황형범은 개막전 16강 이후 성적이 좋지 못했다. 또한, 응우옌득아인찌엔(베트남)은 자국에서 열린 해외투어 '에스와이 하노이 오픈'에서 32강에 반짝 올라간 뒤 나머지 투어는 모두 128강에서 탈락했다.
여자 선수 두 명은 개인투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백민주는 개막전 16강과 2, 3차 투어를 모두 8강에서 탈락한 다음 4차 투어는 32강에서 물러났고, 임정숙은 2차 투어에서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개인 컨디션이 팀워크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여자 선수들과 신입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다행히 크라운해태는 2라운드 초반에 2승 1패로 회복세를 보였다. 첫 경기에서 만난 휴온스를 4-1로 제압한 크라운해태는 다음 SK렌터카전을 2-4로 패했으나, 우리금융캐피탈을 4-0으로 꺾으며 예전 모습을 되찾아 가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하이원리조트전에서 크라운해태는 복식전을 2승 1패로 방어한 반면 3세트와 5세트 6세트 등 단식전 세 경기를 모두 패하며 2-4로 졌다.
웰컴저축은행전에서는 처음으로 마르티네스를 복식 두 경기에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는데, 0-4의 완패를 당했다.
다음 하나카드전에서는 이 전략이 통했다. 마르티네스가 1세트를 응우옌득아인찌엔과 함께 나가 승리한 뒤 2세트 여자복식과 3세트 남자단식에 오태준이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을 1점 차로 꺾으면서 3-0으로 앞선 크라운해태는 4, 5세트를 내줬지만, 6세트에 임정숙이 김가영을 9:2로 제압하며 세트스코어 4-2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어 NH농협카드전에서는 마르티네스를 다시 3세트에 기용해 조재호를 잡았고, 2세트 여자복식과 4세트 혼합복식, 그리고 임정숙이 연이틀 6세트에서 승부를 마무리하며 4-2로 강팀 둘을 상대로 2연승을 달렸다.
'극약 처방' 내린 4라운드…마르티네스를 '복식전'만 투입
2라운드에서 4승 4패(승점12)로 회복세를 보인 크라운해태는 3라운드 역시 4승 4패를 거두었으나, 풀세트 승부가 많아지면서 승점9를 획득하는 데 그쳐 8위에 머물렀다.
3라운드에서는 2승 4패로 부진하다가 막판 두 경기를 승리하며 4승으로 마무리했다.
단식전에서 마르티네스가 3승 4패로 부진했고, 여자복식과 혼합복식은 각각 5승 3패로 나쁘지 않았다. 1세트 남자단식은 6경기 연속 패배를 당하는 등 1승 7패로 아주 좋지 않았다.
다만, 세 차례 풀세트 승부를 김재근(2승)과 응우옌득아인찌엔(1승)이 승리하며 3승을 챙길 수 있었다.
4라운드에서 크라운해태는 5경기까지 마르티네스를 단식전에 내보내지 않고 복식에만 투입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마르티네스는 4라운드에 앞서 열린 5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6차 투어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은 연속 4강에 진출하며 커리어하이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1세트를 이겨야 하는 것이 시급했던 크라운해태는 마르티네스를 1세트에 투입해 초반 주도권을 노렸다. 2세트 여자복식은 완전히 회복세를 보여 3라운드 후반부터 4라운드 중반까지 6경기 연속 승리를 이어갔다.
문제는 대부분 팀의 에이스가 나오는 3세트였다. 이 승부에서 크라운해태는 4라운드 5경기를 모두 졌다. 결국, 6경기였던 하이원리조트전에서 마르티네스를 3세트에 투입하면서 처음 승리를 거두었다.
이날 경기에 마르티네스는 0-2로 뒤진 3세트에 나와 승리했으나, 4세트 혼합복식을 져 1-3으로 크라운해태가 끌려갔고 5세트를 오태준이 패하면서 1-4로 완패했다.
4라운드 남은 경기는 '2'…우리금융캐피탈전 '3세트 마르티네스'로 승부수
4라운드 잔여 두 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크라운해태는 2승 4패(승점6)에 그치며 8위에 머물러 있다.
8일차인 26일 오후 3시에 우리금융캐피탈과 대결하는 크라운해태는 1세트에 마르티네스-응우옌득아인찌엔을 내보내고 3세트 마르티네스, 4세트 혼합복식에 오태준-백민주, 이어 5세트 황형범, 6세트 임정숙, 7세트 김재근이 투입된다.
마르티네스-응우옌득아인찌엔은 이번 시즌에 5차례 호흡을 맞춰 1승 4패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다만, 팀은 두 선수의 승패와 관계없이 3승 2패를 거둔 바 있다.
크라운해태도 2세트와 3세트를 승리하면 승부를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2세트에 맞붙는 스롱 피아비(캄보디아)-서한솔을 상대로는 1승 2패, 3세트 단식전은 마르티네스가 다비드 사파타(스페인)와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그 외 4세트는 1승 2패로 크라운해태가 한 경기를 더 패했고, 이번 경기에 나서는 오태준-백민주는 잔 차파크(튀르키예)-김민영과 처음으로 대결한다.
2라운드에서는 크라운해태가 4-0, 3라운드는 우리금융캐피탈이 4-0으로 이겨 5세트와 6세트는 1라운드 때 한 번 성사됐다. 5세트는 황형범이 엄상필을 1점차로 이겼고, 6세트는 스롱이 임정숙에게 2점차로 승리한 바 있다.
이번 경기 5세트는 황형범 대 강민구, 6세트는 임정숙 대 스롱이 재대결을 벌이며 마지막 7세트에서는 김재근과 사파타가 맞붙는다.
4라운드에서 우리금융캐피탈과 휴온스전 두 경기를 남겨둔 크라운해태가 과연 막판 전력을 가다듬고 5라운드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광명/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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