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올해 여자 3쿠션 선수 중 가장 큰 활약을 펼친 박정현(전남)은 사실 포켓볼 선수였다.
'김가영 키즈'인 박정현은 포켓볼 선수로 당구에 입문했으나 포켓볼 실력 향상을 위해 4구를 배우던 중 3쿠션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올해 박정현은 3쿠션 선수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올 3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국토정중앙배 2024 전국당구대회’ 3쿠션 여자부 공동3위를 시작으로 같은 장소에서 연달아 열린 ‘제12회 아시아캐롬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에 오른 박정현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여자 3쿠션 대세’로 떠올랐다.
결국 박정현은 지난 6월 열린 ‘2024 남원 전국당구선수권대회’에서 ‘여자 3쿠션 세계랭킹 1위’ 김하은(충북)을 25:13(25이닝)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1년여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 7월 ‘태백산배 전국3쿠션당구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박정현은 남원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르는 절정의 기량을 발휘했다. 특히 박정현은 ‘태백산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랭킹 2위에 올라 김하은(충북)과 함께 국가대표로 ‘여자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따냈다.
이어 8월에는 ‘2024 월드 3쿠션 서바이벌 레이디스’에서 '3쿠션 여전사'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와 '세계랭킹 1위' 김하은(충북)을 물리치고 '서바이벌 여왕'의 자리를 차지한 후 이 기세를 몰아 9월에 열린 ‘여자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챔피언의 자리를 노렸으나 8강에서 아쉽게 패하며 다음 도전을 기약했다.
다음은 '최고의 스무살 해'를 보내고 있는 박정현과의 인터뷰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작년에는 성적에 대한 집착이 심해서 무조건 잘 해야 된다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하다 보니 오히려 성적이 기대보다 안 나왔다. 결국 다 내려놓고 승부보다 공 하나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니까 성적이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작년과 올해 눈에 띄게 성장했다. 계기가 있을까?
계속 잘 안 풀리니까. 성적에 대한 욕심은 너무 많은데, 정작 성적은 너무 안 나와서 아예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대회에 나가보자고 생각하고 대회에 나갔는데, 경기가 너무 잘 됐다.
제일 처음 마음을 내려놓고 임한 경기가 언제인가?
올해 첫 대회인 국토정중앙배 대회다. 거기서 공동3위를 하고 곧바로 연달아 열린 ‘제12회 아시아캐롬3쿠션선수권대회’에서도 진짜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편하게 치니까 결승까지 갈 수 있었다.
이제 올해는 말 그대로 승승장구다.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남원대회 우승, 태백산배 3연속 우승, 월드 서바이벌 우승, 게다가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출전하게 됐다. 계속되는 상승세에 기대감과 부담감이 공존할 것 같은데?
기대감은 있지만, 기대를 안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다가 혹시나 또 욕심이 생길까 봐. 평소에는 최대한 대회 생각은 안 하려고 노력한다.
당구를 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부터 3쿠션이 아니라 포켓볼로 당구를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4년 전쯤 16살 때 처음 포켓볼로 당구를 시작했다. 원래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포켓볼을 배웠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학생부 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연습하러 매일 아카데미를 나갔는데, 하루는 김가영 쌤(선생님)이 4구를 한 번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시간 있을 때 배워두면 포켓볼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추천해 주셔서 가영쌤 아버지께 4구를 배웠다.
그때 가영쌤은 LPBA에서 뛰고 있었고, 가영쌤 아버님이 포켓볼은 해외에서 활발한데 코로나 때문에 비전이 없을 것 같다고 3쿠션으로 전향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 주셔서 마침 4구에 재미를 붙인 때라 선뜻 3쿠션을 배우게 됐다.
너무 갑작스러운 종목 전향인데, 3쿠션은 어땠나?
사실 대대 룰도 모르고 시작했다. 1년 안에 25점을 만들어 보자고 하셔서 자연스럽게 1년 만에 25점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학생부 대회를 나가게 됐고. 자연스럽게 포켓볼에서 캐롬으로 전향이 됐다.
첫 3쿠션 대회 기억 나나? 포켓볼이랑 경쟁 분위기 자체가 달랐을 것 같은데?
18살 때, 경남고성당구대회였다. 첫 대회에서 8강까지 갔는데, 8강에서 박세정 선수한테 졌다. 포켓볼은 학생 선수가 많이 없어서 다 친한 분위기였는데, 3쿠션 선수들은 눈빛부터 너무 쎘다. 저런 애들이랑 친하게 못 지내겠다 싶을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귀여운 친구들이었다. (웃음)
김가영 선수가 LPBA에서 활약하는 걸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가영쌤이 첫 우승을 했을 때만 해도 나는 포켓볼을 치고 있었던 때였는데, LPBA 투어 대회장에 응원하러 갔는데 대회장이 너무 멋있고 웅장해서 나도 언제 이런 곳에서 결승전을 해볼 수 있을까 부러웠다. 3쿠션으로 전향하면 저런 무대에서 당구를 칠 수 있다고 해서 솔깃했다.
그런데 정작 지금은 PBA(프로당구)가 아닌 KBF(대한당구연맹)에 남아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학생부 때부터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맹 학생선수로 등록해서 활동하게 됐다. 내가 포켓볼도 선수 생활을 얼마 안 하고 3쿠션으로 전향한 거라서 시합 경험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차근히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국가대표를 하고 싶었다. 그 목표를 이루고 프로로 가고 싶었다. 지금은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지만 여기 있는 동안은 여기대로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작년에도 기대를 했었는데, 기대한 만큼 성적이 안 나왔다. 다행히 올해 좋은 성적을 연달아 내면서 랭킹이 많이 올랐다.
태백산배 대회 성적이 진짜 중요했다. 4강에서 최봄이 선수와 대결해서 승자가 국내 랭킹 2위로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자격을 얻을 수 있었는데, 경기 전부터 국가대표가 반드시 되겠다는 각오가 있었나?
아무 생각 안 했다. 오히려 4강은 하나도 안 떨렸다. 너무 마음 편하게 경기를 했고, 그래서 역전승까지 할 수 있었다.
올해 좋은 성적을 연달아 내고 있는 비결이 뭔가?
그동안 노력했던 게 이제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다.
대한당구연맹에서 활동하던 여자 3쿠션 선배 선수들이 프로당구로 많이 이적하면서 또래 선수들만 주로 남았는데, 아쉬움은 없나?
아쉽긴 아쉽지만, 또래들이 많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또래끼리 경쟁하면서 진짜 빨리 성장하는 것 같다.
지난해에도 '월드 서바이벌 레이디스' 본선에 올랐는데, 생각만큼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나?
서바이벌 대회는 내 차례가 잘 안 오니까 한 번만 실수를 해도 멘탈이 쉽게 흔들린다. 특히 선수들이 득점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내 점수를 뺏기는 게 보이니까 더 초조하다. 게다가 그때 본선 서바이벌 대회가 첫 방송 시합이었다. 진짜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하고 떨었다.
월드 서바이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등 중요한 대회에 연달아 출전했는데, 어떻게 훈련했나?
부족한 부분들을 평소처럼 찾고, 메꾸고, 또 장점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하면서 꾸준히 훈련했다.
평소의 연습 루틴은?
영종도에서 서울까지 하루에 2시간씩 연습하러 매일 간다. 밤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에 마지막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헬스장에 가서 체력 훈련을 하고 집에 오면 뻗어서 잔다.
굳이 그 늦은 시간에 끝나고 헬스장에 가는 이유가 있나?
운동을 안 하면 몸이 무거워지는 걸 느낀다. 안 할 수가 없다. 근육 운동도 조금 하고,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있다.
이런 일상을 매일 반복하면 너무 힘들 것 같은데?
많이 힘들다. 스트레스도 심하고. 그런데 시합 갈 때마다 조금씩 푸는 것 같다. 버스 타고 새로운 동네에 가서 동료 친구들이랑 같이 밥도 먹고, 대회장에서 성적으로 보답받고 그러면 조금 풀린다.
올해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원래 가장 큰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었다. 지금은 모든 대회 우승은 아니더라도 내가 연습했던 것을 잘할 수 있고,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목표는 뭐였나? 당연히 우승?
물론 우승도 기대하지만, 외국 선수들에게 공을 배우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출전했다. 배운다는 마음으로. 해외에서 시합하는 게 처음이기 때문에 설레기도 했다.
박정현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끝까지 응원해 주세요. 제가 꼭 보답할게요.
(사진=이우성(675스튜디오) / 헤어&메이크업=신오키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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