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북문 인근 점포 텅텅 비어…점심시간에도 한산
2∼3m 발걸음 옮길 때마다 임대 문구…"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이제는 대학교 방학이 저희한테는 보릿고개입니다. 장사가 안돼서 아르바이트를 안 쓴 지 몇 년이 넘었어요."
26일 오전 11시께,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 앞.
북문 앞 상가들이 줄지어 늘어선 골목 입구에는 '경대북문의 단골이 되어주세요'라는 현수막이 덩그러니 내걸려있었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한 건물의 텅 빈 점포에 붙어있는 큼지막한 임대 안내 문구였다.
임대 안내 문구는 발걸음을 2∼3m씩 옮길 때마다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골목에 들어서 걷기 시작한 지 10분이 채 안 됐는데도 눈으로 본 빈 점포만 열곳이 넘었다.
이곳에서 중화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임대 문구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것만 봐도 장사가 안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인근 건물들을 가리켰다.
실제로 이날 북문 앞 상가 골목은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했다. 식당마다 테이블이 비어 휑해 보였다.
골목길은 오가는 사람이 없어 배달 음식을 가지러 온 오토바이 소리만 들렸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0대)씨는 "10년 전이랑 하늘과 땅 차이다. 앞 점포는 3년째 임대를 못 놓아서 비어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옛날에는 경북대가 방학하면 초중고생들이 찾아와서 괜찮았는데 이제는 방학 때 아무도 없다"며 "이제는 방학이 걱정된다"고 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채모(60대)씨도 "매출이 옛날보다 30∼40% 줄었는데 이 정도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여기 자영업 하시는 분들 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전에는 알바생이랑 매니저까지 5명을 가게에 뒀는데 지금은 알바생 한명 밖에 없다"며 "나랑 남편이 쉬는 날 없이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한다"고 덧붙였다.
상권이 활력을 잃어가다 보니 임대 문의 전화도 뚝 떨어졌다고 한다.
공인중개사 이모(60대)씨는 "이번 달 임대 문의 전화가 거의 없었다"며 "원래 방학 직전부터가 문의가 활발히 들어오는 시기인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시와 북구는 경북대 북문 상권을 살리기 위해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는 지난 9월부터 2억원을 들여 '골목상권 활력 지원 사업'을 이번 달까지 진행했다.
시는 오래된 계단에 디자인 그래픽을 적용하는 등 거리 분위기를 바꾸고 빈 점포를 활용한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해 유동 인구를 늘리는 사업을 펼쳤다.
북구의 경우 북문 일대를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했다.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되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과 각종 공모사업에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각종 사업이 아직 체감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15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한 주인은 시와 북구의 사업이 체감되냐는 질문에 "그런게 있었냐"며 "처음 들어보는데 아직은 변화를 크게 못 느꼈다"고 말했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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