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직 중인 판사들이 퇴직하지 않으면 신규 인원을 채용할 수 없게 되지만, 관련 법안 등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부가 임용 중인 법관은 지난달 7일 기준 320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의 판사 수는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판사정원법)’에 따라 정원을 3214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원과는 8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비율로 환산하면 99.7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판사의 정원과 현원의 수의 차이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전산기록이 남아 있는 1990년대 이후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신규 법관 수급이 제때 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퇴직 법관 수는 73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고등법원 판사들의 근무지 이동을 최소화하는 등 처우 개선책들이 나오면서 퇴직 인원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임용 법관 수는 지난 10년간 평균에 해당하는 116명에 절반도 안 되는 수치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임 법관이 공급되지 않으면 법원별 합의부 구성에 문제가 생겨 일부 재판부는 폐쇄될 수 있다.
또한 연차가 쌓인 법관들이 ‘경향 교류 원칙’ 등에 따라 각 지역으로 발령돼야 하는데 직전 기수와 인원수가 많이 차이 나면 원칙에 따른 인사도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국내 법관 1명당 맡은 재판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아 재판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한국 판사들은 1명당 464.1건을 처리하며, 독일의 약 5.17배(89.6건), 일본의 약 3.05배(151.8건), 프랑스의 약 2.36배(196.5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는 지난 1990년부터 판사의 현원이 정원에 근접할 때마다 판사정원법을 개정하면서 정원의 숫자를 늘려왔다.
그러나 2014년 판사 정원의 수를 3214명으로 개정한 이후 10년째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5년간 법관 370명을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판사정원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까지 통과됐으나 임기 만료돼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판사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정원을 늘려 3584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 의원은 “판사정원법에 따른 현재 법관 정원은 2014년 후 10년째 묶여있다”며 “그 사이 사건은 복잡해지고, 변호사는 폭증하고,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법관 수가 각국의 사법제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부족한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며 “이에 변화하는 사법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판사의 정원을 증원한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조 대법원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관 증원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사법부 자체 노력에도 우리나라 법관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국민이 신속하게 충실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관 증원과 필요한 인력 확충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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