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부중서 투수와 2루수로 활약
‘코로나’때 야구 흥미잃은 준혁에게 “당구 배워볼래?”
“(편) 준혁이가 베트남에서 훈련하고 이제 막 돌아왔습니다.”
2024서울3쿠션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당구선수 편준혁 아버지 편종명(57) 씨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당구대디’ 시리즈 취재차 앞선 통화에서 아버지는 준혁이가 곧 돌아오니 그때 전화주겠다고 했다.
편 씨는 서울 광진구에서 건물관리업체 지구클린환경을 운영하고 있다. 당구 실력은 순수 아마추어(4구 200점) 수준이지만 ‘당구선수’ 아들을 적극 뒷바라지하고 있다. 편준혁(16세)은 중학교 2학년부터 당구를 시작, 이제 당구를 배운지 2년이 조금 지났다. 그러나 서울당구연맹 학생부에서 우승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1까지 야구선수…아빠따라 동네당구장 갔다 “당구 한번 배워볼래?”
편준혁은 원래 야구선수였다. 서울고명초등학교 1학년부터 건대부중 1학년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했다. 포지션은 투수와 2루수. 그러다 당구로 방향을 튼 계기가 있었다. 아버지 편종명 씨는 “야구를 열심히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연습도 못하고 대회도 열리지 않으면서 아이가 흥미를 잃더라고요.”
서울3쿠션월드컵 김준태 하이런28점도 지켜봐
이후 이홍기, 윤도영 선수에게서 레슨을 받으며 당구선수 길을 걷게 됐다. 준혁이는 특히 이홍기 선수에 대해 “제가 당구가 안돼고 힘들 때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라며 고마워했다.
편준혁은 “야구 그만두고 6개월은 미련이 남았고 요즘도 야구선수 친구를 가끔 만난다”며 “지금은 당구선수가 됐으니 당구를 열심히 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구와 야구를 비교하면 “어려운 건 야구이고, 더 재미있는 건 당구”라고 했다.
올해 초에는 학교(한양공고)를 자퇴, 내년에 방통고에 진학할 예정이다. “내년에 (박)정우 형이 나온 경동고부설방통고에 입학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대회 출전과 당구연습을 위해서는 방통고가 훨씬 환경이 좋거든요.”
◆롤모델은 김준태 선수 “28점 하이런 3쿠션월드컵 신기록 세운 거 못봐 아쉬워”
아버지 편 씨는 회사 일로 바쁘지만 준혁이 ‘당구’는 빠짐없이 챙긴다.
얼마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2024 서울3쿠션월드컵’ 대회장도 찾았다. 김준태가 하이런28점으로 3쿠션월드컵 신기록을 세운 장면도 직접 목격했다.
“준혁이가 김준태 선수를 가장 좋아해요. 그날 김준태 선수 기록 세우는 걸 직접 보고 기립 박수를 쳤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준혁이는 그 순간을 놓쳤다. 당구장에서 연습하느라 경기장에 늦게 도착한 것.
준혁이는 김준태 선수 치는걸 보고배우면서 당구에 더 흥미를 느꼈단다. “하이런28점 치는걸 직접 못봐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영상으로 봤는데, 새삼 대단한 선수인걸 알았습니다. (김준태 선수에게) 축하전화 드렸습니다.”
아버지 편씨는 “준혁이에게 롤모델은 김준태 선수다. 스트록과 스탠스, 경기운영 등에서 배울 게 많다고 하더라”며 “김준태 선수가 연습하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게임도 하고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베트남으로 당구유학, 타이홍치엠에게서 배워
편준혁에게는 올해부터 또하나의 연습 루틴이 생겼다. 베트남 호치민에 가서 타이홍치엠에게서 받는 레슨이다. 이미 5월, 7월, 10월 세 차례 다녀왔고 12월도 예정돼 있다.
편준혁은 친한 형인 박정우 선수와 지난 5월 베트남에 갔다. 현지 대회도 출전하고 경험도 쌓기 위해서였다. “대회장에서 타이홍치엠 경기 모습을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느껴, 시합 끝나자마자 타이홈치엠에게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바로 연습하러 오라고 하대요.”
베트남에 당구유학, 타이홍치엠에게서 레슨
하루 10시간씩 연습…또래선수에 자극받기도
아버지 편 씨는 “준혁이가 타이홍치엠한테 레슨받고 나서 많이 배웠다고 한다. 베트남에 혼자 보내는게 걱정되지만 보고 배우는게 많으니, 계속 보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준혁이는 12월에도 베트남으로 떠난다.
◆하루 10시간씩 맹연습…김도현 양승모 등 또래선수 활약에 자극받아
편준혁은 요즘 서울시 광진구 SM당구장에서 하루 10시간씩 맹연습 중이다. 학교를 안가니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하고 있다. 가장 자신있는 샷은 비껴치기. 반면 더블과 옆돌리기, 강한 회전을 이용한 샷(일명 꼬미)는 보완할게 많단다. 타격감을 살리면서도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는 김준태 선수의 샷도 배우고 싶다.
최근에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제19회 대한체육회장재 전국당구대회’ 성인부에 출전했다. 학교를 자퇴해 학생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국토정중앙배부터 성인부에 출전했지만 뚜렷한 성적은 못냈습니다. 아직은 경험 쌓는 중입니다.”
내년에 방통고에 진학하면 학생부 대회만 출전할 생각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실력을 갈고 닦고, 졸업 후에 성인부에 출전하겠다는 것. 현재 당구 수지는 30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짱짱한’ 40점이 목표다.
최근에는 또래 선수들의 활약에 자극을 받고 있다. 동갑(16세) 김도현은 대한체육회장배에서 8강에 올랐고, 한 살 어린 양승모(15세)는 64강까지 진출했다. 한 살 위 김건윤(17세)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당구를 늦게 시작했으니 아직 당구 수지에서 차이가 납니다. (또래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 더 열심히 연습해서 부지런히 따라잡아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는 준혁이가 보완해야할 점으로 승부욕과 게임운영을 들었다. 실력을 더 쌓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끔 게임운영이 미숙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할 때가 많다는 것. 다행히 성격이 밝아 잘 헤쳐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일 하면서 준혁이를 챙기는게 쉽지는 않지만 훌륭한 선수로 클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줘야죠.” 당구선수로 쑥쑥 성장하고 있는 준혁이 옆에는 항상 든든한 아버지가 있었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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