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나우 방지법’ 논란…반쪽짜리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언제

‘닥터나우 방지법’ 논란…반쪽짜리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언제

투데이신문 2024-11-26 11:16: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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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시범운영 장면 [사진출처=뉴시스]
비대면진료 시범운영 장면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이 의약품 도매업에 진출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를 규제하기 위해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 이번 논란이 언뜻 닥터나우의 ‘일탈’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한꺼풀 벗겨보면, 그동안 미뤄진 비대면진료 제도화 문제와 관계가 짙다.

닥터나우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

지난 3월,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의약품 도매업체 ‘비진약품’을 설립하며 의약품 유통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회사는 비진약품을 통해 자사 플랫폼과 제휴한 약국에 29개 품목으로 구성된 약 100만원 상당의 ‘필수 패키지’ 의약품 공급을 시작했다.

닥터나우는 약국을 대상으로 두 가지 형태의 제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하나는 ‘나우약국’으로, 비진약품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는 조건 하에 제공되는 서비스다. 이밖에 의약품 구매 조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일반 제휴’다.

나우약국의 경우, 닥터나우의 재고관리시스템과 연계된다. 이때 약국이 처방약을 보유한 경우 앱 화면에 ‘조제 확실’ 표시가 노출된다. 

특정 의약품 판매 강요 논란

닥터나우의 이러한 사업 방식에 대해 의약품 판매 강요와 대체조제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은 닥터나우가 의약품을 구매한 약국에 소비자 노출 우선권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특정 의약품의 판매를 사실상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약국을 광고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고, 도매상에서 납품받은 의약품의 대체조제를 요구하는 것은 불법 광고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이는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약사법 개정안을 지난 13일 발의했다.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 자사 유통 의약품을 조제하는 약국에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공정성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약사단체에서는 닥터나우의 행위가 환자에게 안전성이 아닌 비용과 편의만을 기준으로 보건의료서비스를 선택하도록 유인한다는 비판이다. 대한약사회는 15일 논평을 통해 이런 행위가 “의료기관·약국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환자 편의를 위한 조치”

닥터나우는 의약품 도매업 진출이 환자와 약국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닥터나우 측은 약국별 의약품 재고를 확인하기 어려워 환자가 여러 약국을 전전하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 현상을 줄이기 위해 나우약국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환자들이 필요한 약을 어느 약국이 보유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약국별 재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환자와 약국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약국별 재고를 회사 재고 관리 시스템과 연계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직접 공급에 나섰다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환자는 약을 찾기 위해 약국에 전화하고, 재고가 없는 약국도 이런 전화를 일일이 소화하기 어렵다는 불만들이 있었다”며 “전체 환자 가운데 약 30% 정도는 10곳 넘게 약국에 전화를 돌리다가 결국 약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비진약품을 통해 약을 공급받은 약국만 앱 내에 상단 노출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이들 약국이 상단에 노출되도록 설정하지 않았다”면서 “조제 가능성이 높은 약국을 환자가 직접 선택하고 약국과 환자의 거리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나열되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공정거래 훼손, 플랫폼 종속 등 지적이 잇따르자 닥터나우는 약국에서 직접 재고 현황을 등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이다.

논란 이면에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유예

이번 논란이 언뜻 보기에 닥터나우와 정치권 일각의 이견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 겹 벗겨보면 그동안 정부와 국회가 미뤄온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대한 ‘방기’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비대면진료 사업은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약 배송이 제외되면서 ‘반쪽짜리’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매상을 차린 이면을 보면, 지지부진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본질로 자리 잡고 있다. 약 배송도 안 되는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닥터나우도 수익을 고려하다 이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니겠냐”고 짚었다.

올해 5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22대 국회 입법 의무 중 하나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꼽았다.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향후 과제로 △현행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범위 조정 △약 배송이 포함된 법안 마련이 제안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1월 제7차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편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제기되는 문제들을 법 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관련 법안이 폐기됐으며, 22대 국회 개원이 6개월 지났지만 관련 법안은 단 한 건도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연내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논의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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