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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인 유정(박예영 분)은, 엄마랑 둘이 집에 있는 게 어색하다며 매일 이모 간병을 오는 한 학생과 대화를 나눈다.
밤낮이 바뀐 유정이 이른 아침 들어와서 자고 있으면, 동생 기정(이하은 분)이 거실에서 TV를 켜놓은 채 잠든 유정을 한번 쓱 쳐다보곤 학교에 간다.
고모가 차려 준 아침밥을 먹던 유정이 생리를 안 한다고 말하자, 고모가 임신했나 싶어 걱정하자 그런 건 아니라고 답한다.
사실 임신한 게 아닌데 생리를 안 하는 게 더 문제지만, 밤낮이 바뀌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긴다.
한편, 기정의 학교에 갓난아기가 버려진 채 죽자, 경찰이 학교로 온다.
선생님은 ‘그럴만한 애’를 한 명씩 불러 경찰 앞에 데려다 놓는다.
몇 시간 후, 기정의 일로 경찰에서 연락받은 유정이 경찰서로 온다.
경찰 말로는 기정이가 아이를 낳아 학교 화장실에 버려, 아이가 죽었다고 한다.
경찰도 알다시피 우리 동생이 모범생인데 그럴 리가 없는데, 기정이가 자수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간호사가 동생 임신한 것도 몰랐냐는 말에 유정은 그러면 교사들은 뭐 했냐고 읊조리듯 한마디 한다.
집에 와서 동생 서랍을 뒤져보니 임산부나 먹을 법한 약이 있다.
이에 유정은 망연자실하고, 출근해서 당장 내일부터 연차를 쓰겠다고 말한다.
팀장이 부모님이라도 돌아가셨느냐며 조실부모한 유정을 윽박지르고, 동료 간호사는 이번엔 자기가 임신할 차례인데 혹시 임신했냐며 애인도 없는 유정에게 꼬치꼬치 묻는다.
퇴근 후 동생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해주러 경찰서에 간다.
기정이는 어떤 애냐는 담당 형사의 질문에 속도 한 번 안 썩이고, 공부도 잘하는 동생이라고 하니 “그런 게 다는 아니”라며 말을 자른다.
동생을 만나 “네가 그런 게 맞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경찰은 미성년자인 기정을 구속수사하기 위해 유정에게 동의서에 서명해 달라고 한다. 이에 유정은 그렇게 못 하겠다며 거부한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고모는 어떻게 이런 이이 생길 수 있냐며 충격에 휩싸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게다가 학교에선 기정이의 개인적인 일탈이니, 유정이 기정의 친구들을 만나는 걸 막는다.
한술 더 떠 학교 측에선, 기정이에게 곧 퇴학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말을 유정에게 한다.
유정이 보건실에 가서 장부를 보니 기정이가 매달 생리통약을 받은 걸로 되어있다.
이에 보건교사는 친구 대신 받았을 수도 있고, 기정이랑 친한 희진(김이경 분)이는 뭔가 알지도 모른다고 한다.
희진이는 반년 전까지는 기정이랑 친했는데, 고3 되면서부터 멀어져서 아는 게 없다고 한다.
기정이가 왜 그런 것 같냐는 희진의 질문에 유정이는 아무런 말을 못 한다.
유정은 내 동생에 관해 아는 게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 사이 경찰서에서는 기정에게 DNA 채취 동의서에 서명하라며, 미란다원칙을 고지 후 수갑을 채운다.
상황이 이런데도 팀장이 유정에게 임신한 것 아니냐며 절대 휴가는 안 된다고 하니, 유정이 욱하는 마음에 임신했으니 애 떼고 올 수 있게 휴가 좀 쓰게 해 달라고 버럭 소리친다.
경찰 말로는 아동 유기치사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하는데, 도통 기정이가 아무 말도 안 하는 상황이라 언니는 답답하다.
그런 와중에 희진이가 유정에게 연락해 온다.
희진이는 동생을 믿는 게 먼저 아니냐며 유정을 쏘아붙인다.
이에 유정이 안 그래도 이상했다며, 반년 전부터 왜 둘이 멀어지게 된 것이냐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라고 윽박지른다.
그러자 희진이는 기정이가 누구랑 그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그랬는지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영화 <언니 유정>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생과 단둘이 사는 유정이 어느 날, 고등학생인 동생이 아이를 낳아서 버렸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겪는 혼란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에선 정확히 기정이가 아이를 낳았는지, 아니면 기정이가 아이를 화장실에 아이를 버릴 때 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희진이가 낳았는지 정확히 안 나온다.
이에 대해 정해일 감독은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가 그랬는지 초점을 두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래서 촬영 후 편집 단계에서 고민했다고 말했다.
감정 연기한 중요한 작품이라 배우들에게 힘든 점을 물으니, 언니 유정 역을 연기한 박예영은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단어 하나까지 신경 쓰느라, 애드리브도 자제했다고 한다.
또 기정의 친구 희진 역을 연기한 김이경은 전사(前事)가 잘 안 나오지만, 감정을 잘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고교생의 임신과 출산이 학교에서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지 잘 보여준다.
도통 ‘그날의 일’에 함구하는 동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유정에게, 학교 측에선 기정의 개인적인 일탈이라며 선을 긋는다.
학생이 학교에서 몰래 아이를 낳고, 버린 걸 잘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학교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이는 잘못된 태도다.
교육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학생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가르쳐 주고, 보듬어 주는 게 학교가 할 일이다.
인권의 측면에서 보자면, 학교에서 몰래 아이를 낳은 학생도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그러나 영화 속에선 우리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숨기고, 학교와 무관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인지, 학생 개인의 일탈이라며 기정의 친구들조차 접촉하지 못하게 막는다.
심지어 교사는 학교에서 몰래 아이를 낳고, 버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럴만한 애’를 한 명씩 불러서 심문한다.
이는 평소 아이들의 행실이나 성적으로 ‘얘는 모범생이니까 안 그럴만한 애’ ‘얘는 평소 놀기 좋아하니까, 안 그럴만한 애’로 구분하는 것인데,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만으로 사람을 낙인찍는 행위가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
벌어진 일보다 그 이유에 초점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영화 <언니 유정>은 내달 4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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