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T1 사상 첫 ‘V5’ 달성

[이슈메이커] T1 사상 첫 ‘V5’ 달성

이슈메이커 2024-11-26 09:09:00 신고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T1 사상 첫 ‘V5’ 달성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T1이 작년에 이어 또다시 세계 정상에 올랐다. LoL e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LoL 월드 챔피언십 통산 5회 우승이다. ‘디펜딩 챔피언’ T1은 11월 3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롤드컵 결승전에서 중국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세트 스코어 3:2로 격파하고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왕관의 무게’ 견뎠다
이번 롤드컵 결승전은 14,500석이 매진됐고 한국에서만 100만 명, 전 세계 700만 명이 지켜봤다. 결승전에서 T1은 출발은 좋지 않았다. 레드 진영에서 경기를 시작한 BLG는 1세트 초반부터 매섭게 몰아붙여 세트를 획득했다. 하지만 팀에는 베테랑 ‘페이커’ 이상혁이 있었다. 2세트를 따내 균형을 맞춘 T1은 3세트에서는 속도전을 앞세운 BLG의 연이은 기습에 당하며 매치 포인트까지 몰렸으나, 4·5세트에서 주장 ‘페이커’의 활약 속에 최종 승리를 견인했다.


  치열하게 전개되던 승부 속 4세트 결정적인 순간은 20분쯤 페이커가 시작한 한타였다. 페이커는 본진 쪽으로 빠지는 BLG에 사슬을 던지며 뛰어들었고, 케리아의 레나타 글라스크가 날린 궁극기가 적중하며 대승을 거뒀다. 페이커는 BLG의 허점을 깊숙이 파고들고 역습은 절묘하게 피하며 4세트에서 롤드컵 최초로 500킬을기록했다. 이어 운명의 5세트에서 T1은 초반부터 경기 주도권을 잡으며 BLG를 압박했다. 수세에 몰린 BLG가 31분쯤 탑 라인의 제우스를 노리고 다시 달려들었지만, 곧바로 페이커의 갈리오가 궁극기로 등장해 BLG의 마지막 역전 시도를 좌절시켰다.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T1이 작년에 이어 또다시 세계 정상에 올랐다. ⓒAdela Sznajder/Riot Games/Flickr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T1이 작년에 이어 또다시 세계 정상에 올랐다. ⓒAdela Sznajder/Riot Games/Flickr


  이날 승리로 T1과 페이커는 LoL e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롤드컵 통산 5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2011년 첫 대회 이래 한 팀이 동일한 주전 멤버(제우스-오너-페이커-구마유시-케리아)로 롤드컵을 2회 우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균 감독은 “8강, 4강, 그리고 결승까지 패치 버전은 동일하지만 티어 픽에는 변화가 있어서 열심히 준비했다”며 “무엇보다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너무 유능해서, 1∼2세트를 지더라도 (전략) 수정을 잘하면 이길 거라 생각했다”고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LoL 한국 리그 LCK를 대표하는 게임단인 T1은 ‘SK텔레콤 T1’ 시절이던 2013년 롤드컵 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2016년에 사상 첫 2연속 국제무대 제패라는 기록을 세웠고 팀명을 T1으로 바꾼 후에도 서울에서 열린 2023 롤드컵에서 정상에 섰다. 특히 올해 우승은 어느 때보다 극적이었다. 롤드컵 본선 전까지 최악의 난조를 보이며 국내 대회 정규 리그에서 4위(11승7패), 플레이오프 3위에 머물렀다. 설상가상 롤드컵 진출전에서도 가장 낮은 4번 시드로 진출. 역대 가장 낮은 순위로 나섰다. 하지만 이후 T1은 언제나 그랬듯 정규 시즌과는 다른 ‘명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페이커’ 이상혁은 결승전 MVP에 선정되며 사상 첫 ‘2회 결승전 MVP’의 주인공이 되었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페이커’ 이상혁은 결승전 MVP에 선정되며 사상 첫 ‘2회 결승전 MVP’의 주인공이 되었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자신을 증명한 ‘페이커’ 이상혁
이번 결승전의 키워드는 ‘페이커의 증명’이었다. 4강 젠지와의 경기를 앞두고 공개된 영상에서 ‘Prove it(증명하라)’는 대사로 전 세계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페이커는 결승전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으로 엄청난 실력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파이널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올 시즌 LCK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 ‘역대 최고’라는 걸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다.


  결승전 MVP에 선정되며 사상 첫 ‘2회 결승전 MVP’의 주인공이 된 이상혁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큰 대회에 계속 출전하고 우승할 수 있는 게 감사하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마냥 뿌듯하지만은 않다. 올해 개인적으로 과정이 아쉬웠다. 찝찜함이 남아있다. 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고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이어 결정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결정적인 상황들에 내게 자주 와서 그런 게 더 잘 보였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좋지는 않았는데 항상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열심히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프로 선수나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는 “많은 사람이 저처럼 꿈을 가지고 계속해서 본인만의 삶을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롤드컵’ 결승전은 14,500석이 매진됐고 한국에서만 100만 명, 전 세계 700만 명이 지켜봤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이번 ‘롤드컵’ 결승전은 14,500석이 매진됐고 한국에서만 100만 명, 전 세계 700만 명이 지켜봤다. ⓒColin Young-Wolff/Riot Games/Flickr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T1 선수단에 롤드컵 우승 축전을 보내며 기쁨을 함께했다. 최 회장은 축전에서 “여러분이 보여준 패기와 팀워크가 저를 포함한 전 세계 팬들에게 큰 감동과 자부심을 줬다”며 “어려운 순간마다 서로를 믿고 헌신하며 만들어낸 성과이기에 가치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우승이 대한민국 e스포츠의 새로운 역사와 함께 여러분의 큰 도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롤드컵 최초 100경기 출장 기록을 쓴 이상혁은 e스포츠계에서 고령에 속한다. 하지만 리그(2022년), 롤드컵(2024) 최고령 우승자 타이틀을 갖고 있을 만큼 여전히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 중이다. 선수 생명이 짧은 e스포츠계에서 현역으로 오래 활약하는 실력뿐 아니라 철저한 자기관리와 모범적인 언행, 적극적인 기부로도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매체와 관계자, 선수, 팬들로부터 이견 없는 ‘GOAT(역대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우승을 포함해 그는 월드 챔피언십 5회 우승과 준우승 2회, MSI 우승과 준우승 각 2회, LCK 우승 10회 및 준우승 6회를 비롯해, 월드 챔피언십 최다승, 최다킬 달성자이자 LoL e스포츠 프로게이머 누적 상금 전 세계 1위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게임 강국의 위상을 높인 소식들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으나, 정작 국내 게임업계 상황은 녹록치 않다. ⓒPixabay
게임 강국의 위상을 높인 소식들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으나, 정작 국내 게임업계 상황은 녹록치 않다. ⓒPixabay

 

쾌거 불구 어수선한 게임업계
T1의 롤드컵 제패와 2023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게임 강국의 위상을 높인 소식들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으나, 정작 국내 게임업계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행 게임물 심의 제도에 대한 ‘사전 검열’ 논란과 게임의 ‘질병코드’ 등재 여부 등 굵직한 현안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물’의 제작·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 씨를 포함한 게임 이용자·개발자 21만 여명은 이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 씨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 자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항의 ‘지나치게’라는 문구가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라며 “그 결과 500여종의 게임이 ‘모방 범죄 우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국에서만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국의 문화 콘텐츠의 허용 범위가 게임위 위원 개인의 취향에 의해 규격화되고,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씨는 다른 K-콘텐츠와 비교해 게임에 대한 검열이 과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그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보면 차단된 게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장면이 나오고 영화 ‘독전’에는 마약 투여와 제조, 고문 장면이 나오는데 15세 관람가”라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K-콘텐츠의 쾌거라고 하면서, 이보다 수위 낮은 비슷한 내용의 게임은 성인도 이용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게임에 대한 검열 제도 폐지가 산업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김 씨는 “1996년 영화와 음반에 대한 사전 검열 제도가 폐지되며 이를 시발점으로 한국 콘텐츠의 부흥이 시작됐다. 그 결과 한강, BTS, 봉준호 같은 세계적 예술인이 나왔다”며 “게임의 사전 검열도 폐지돼 존경받는 게임 제작자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끝맺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해 촉발된 ‘질병코드’ 논쟁도 거세다. 우리나라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게임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용 여부를 놓고 벌어진 공청회에서는 찬반 양측의 대립이 첨예하게 전개됐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세계보건기구에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분류가 부적절하다며 국내 게임업계를 대변해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20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콘텐츠 산업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은 한국 게임 산업이, 낡은 인식과 규제 대신 육성과 지원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혜가 모아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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