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을 가로지르는 고속화도로···군포의 미래를 묻다

수리산을 가로지르는 고속화도로···군포의 미래를 묻다

뉴스영 2024-11-26 09:00:15 신고

시흥~수원 민자도로사업 지역 개황도(사진=군포시민사회단체협의회)

(군포=뉴스영 공경진 기자) 군포시를 포함해 시흥시와 수원시를 연결하는 시흥~수원 고속화도로 민간투자사업이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약 15.2km 길이의 이 도로는 군포시를 5.4km 동안 관통하며, 왕복 4차선으로 계획되었다. 그러나 이 도로는 군포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교통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면서도, 수리산도립공원을 포함한 환경과 지역 사회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강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군포 구간의 편익 실종

이 고속화도로의 가장 큰 문제는 군포 구간에 나들목(IC)이나 접속 도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포 시민들은 도로를 이용할 방법이 없는 반면, 도로 건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군포시 관계자는 “도로가 군포를 단순히 관통하기만 할 뿐,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실질적 이익을 주지 못한다”며 사업 구조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경기도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경제성 분석을 의뢰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1.0 이상으로 경제성이 확보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분석은 도로를 통과하는 차량의 편익만을 평가했을 뿐, 군포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부족하다는 점은 간과됐다. 군포시는 이 점을 지적하며 “경제성 분석은 어디까지나 도로 이용 차량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 군포 주민의 편익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수리산도립공원의 치명적 위협

도로의 군포 구간은 수리산도립공원을 터널과 교량으로 관통한다. 200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수리산은 군포뿐 아니라 경기 남부 지역 전체의 자연 자산으로,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다. 도로 건설로 인해 발생할 생태계 단절과 환경 훼손은 되돌릴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 전문가들은 터널 공사가 지하수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공원 내 하천과 식물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차량 통행으로 인한 매연, 소음, 빛 공해는 공원의 생명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수리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군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자연 자산이다. 도로로 인해 이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포시의 대응과 주민들의 요구

군포시는 경기도와 사업 시행자에게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현재 도로의 군포 구간 축소, 우회 방안 등을 논의 중이지만, 민간투자사업 특성과 이미 진행된 행정 절차로 인해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포시는 수리산이라는 지역의 핵심 자연 자산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과 힘을 모으고 있다.

수리산도립공원을 관통하는 터널 공사는 공사 중 발생할 진동과 소음으로 인해 공원의 생태계를 교란할 뿐 아니라, 터널 아래의 지하수 흐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도립공원 내부의 식생과 하천, 동물 서식지를 파괴해 수리산의 생태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군포시는 이러한 환경적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도로 건설 계획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도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주민은 “수리산은 군포 시민의 산소와 같은 존재입니다. 도로가 한 번 관통하면 자연은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라며 환경 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다른 시민은 “도로 건설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라며 지속 가능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환경단체들도 도로가 아닌 대중교통 활성화와 기존 도로망의 효율적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군포 시민들과 연대하고 있다. 이들은 “군포시가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도로 건설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교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의 미래를 위한 선택

군포시는 현재 사업의 군포 구간 축소나 우회 방안을 포함한 대안을 경기도와 논의 중이다. 그러나 민간투자사업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이미 진행된 행정 절차로 인해 전면 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수리산이라는 군포의 소중한 자연 자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멈출 수 없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도로 건설을 둘러싼 찬반의 문제를 넘어, 군포가 무엇을 지켜야 할 도시인지 묻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수리산은 군포 시민의 삶과 직결된 생태계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자산이다. 환경은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지금의 결정은 군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군포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경제성보다 자연과 환경을 지키는 선택에 달려 있다. 환경을 보전하는 것은 단지 이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삶의 질과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현실적인 과제다. 군포시가 수리산의 자연을 지키고,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 논리보다 생태계 보전과 주민의 목소리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군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이 도로가 군포를 관통하지 않고, 수리산의 자연과 시민의 삶을 보전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군포의 결정은 단순히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개발과 환경 보전 사이에서 조화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대한민국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군포의 미래는 시민과 자연, 그리고 행정의 협력 속에서 설계될 것이다. 이 도로가 군포를 단순히 지나가는 길로 남지 않기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새로운 선택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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