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정치 인생 위기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재명에게 김진성(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으로 하여금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 즉 교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이재명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진성과 통화할 당시 김진성이 증언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증언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재명이 각 증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위증교사 혐의가 뭐길래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자신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가 당시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하는 김진성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검사 사칭 사건이 누명이었다’는 취지의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기억나는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해 달라고 했다”며 거짓 증언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02년 KBS PD와 짜고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검사인 척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벌금 150만 원을 확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방송 토론에서 검사 사칭과 관련한 질문에 "하지 않았는데 누명을 썼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2018년 12월 22일, 24일 경의 각 통화 행위 및 변론요지서 교부 행위를 위증의 교사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 이재명에게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대표가 김진성에게 위증을 교사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법원은 실제 법정에서 위증을 한 김씨에 대해선 “국가사법기능을 방해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야당 대여투쟁 강화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1심 선고로 안게 됐던 유죄 부담을 덜고, 당 내부를 빠르게 수습, 대여투쟁 강도를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도부와 친명계는 이번 무죄 선거를 기점으로, 선거법 1심 선고도 항소심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 대표 리더십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판결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정계를 재편하려는 물밑 움직임이 엿보이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1심 선고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이재명 대표는 기사회생하며,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무죄 선고를 계기로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탄압'을 부각하며 대여 총공세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데 대해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여당을 향해 “이제 정치가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그런 정치면 좋겠다”면서 “죽이는 정치보다 이제 사람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희비 엇갈린 여야
이날 1심 무죄 판결에, 여야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민주당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아쉬운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모양새다.
박지원 의원은 "지금의 시련을 이기면 이재명은 국민의 지도자가 되고, 우리 민주당은 수권 정당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인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운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용태 의원은 "교사를 받은 사람은 위증으로 5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는데 정작 교사는 아니다는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이날 위증교사 무죄 판결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남은 재판이 줄지어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권이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그리고 경기도 법인카드 불법 유용 등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번 재판과는 별도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가 2·3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지 못할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권 재도전의 꿈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정군기 동국대 객원교수는 BBC 코리아에 "이번 판결로 이재명 대표는 기사회생했고,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비명계는 다시 잠잠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직선거법 2심 전개 과정이 이재명 대표의 명운은 물론 국민의힘과 용산 대통령실의 기조에도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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