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 심사에서 양홍식 의원(왼쪽)과 한권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행정이 주관하는 행사성 사업비는 큰 폭으로 올린 데 반해 민간이 주관하는 행사비는 삭감한 것을 두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지역경제가 어려운데도 제주도정의 재정 투자가 '민생'가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25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제주도는 내년도 예산안에 행정이 주관하는 행사 사업비(행사운영비 등 포함)로 317억9900만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당초 예산(222억4600만원)보다 95억원(42.9%)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올해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에 본격 개최되는 '차 없는 거리 범도민 걷기 행사'(3억원)를 비롯해 1억원 이상 투입되는 행사만도 62개 사업(총 170억9600원)에 달한다. 이 중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주관하는 신규 행사인 '제주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운영'에는 각각 14억, 12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와 달리 민간이 주관하는 행사 사업비는 감소세가 확연했다. 제주도는 올해 당초 예산(219억1000만원)보다 36억원(16.4%)가량 적은 183억1800만원만 민간 행사에 투입하기로 했다. 25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제주도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도 이같은 차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홍식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진명기 제주도 행정부지사를 상대로 질의에 나서 "세계유산본부가 주관하는 신규 행사 사업비만 해도 4개 사업에 무려 29억원이 증가한다"며 "민간이 주관하는 행사 사업비는 감소하고 있는데, 행정이 주관하는 사업은 증가 폭이 너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하는 행사를 확실하게 모니터링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행정이 갑질을 하는 건지 (그 이유가 뭔가)"라면서 "민간 행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 단체나 기관이 어떤 생각을 하겠나. 이렇게 편차가 크게 행사 운영비를 편성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질타했다.
이에 진 부지사는 "갑질은 아니다"면서 "보조금심의위원회를 거치고 관련 평가도 하고 있다. 내년에 행정이 해야 하는 굵직한 사업들이 있고 해서 이를 감안했다"고 답했다.
낮은 임금과 높은 연체율, 늘어나는 폐업률에 제주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도 제주도의 재정 투자는 '민생'을 빗겨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권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일도1·이도1·건입동 선거구)은 "내년도 예산 편성을 보니 국외업무여비, 국제화여비 등 외국에 쓰여지는 예산이 98억3837만원으로 100억대"라면서 "당장의 사업이 아닌 계획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연구용역비 예산도 58억7000만원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민들이 많이 종사하는 1차산업, 관광산업보다 우주산업, UAM(도심항공교통), 수소산업 등에 예산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제주도의 재정이 실제 수입보다 회계 간 거래와 부채 등 재무활동 예산 비중이 높다는 점도 지적하며 "도정 재정의 건정성과 안전성, 신뢰성, 계획성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이같은 지적에 진 부지사는 "탄소 중립이나 UAM은 제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사업"이라며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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