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황재희 기자] 삼성전자가 연내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을 시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가 지난 23일 열린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삼성전자의 AI(인공지능) 메모리칩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이라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5세대 HBM인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더라도 경쟁사에 비해 시기가 상당히 지연된 탓에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HBM에서 본격적인 대결 구도는 차세대 제품인 6세대 HBM4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만든 HBM HBM3E가 연내 대형 거래처인 엔비디아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망은 HBM 대형 고객사인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의 발언으로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주목되는 건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의 뒤바뀐 태도다. 그간 젠슨 황 대표는 삼성전자의 HBM 공급과 관련해 공식석상에서 '(삼성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라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다. 다만 이번엔 삼성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청하겠다는 듯 태도가 돌변했다. '최대한 빨리'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강조함으로써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임박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는 AI 고속 연산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회사다.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위가 막강하다. 최근 AI 가속기 '블랙웰'을 내놓으며 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성능 극대화를 위해 D램을 높이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칩인 HBM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 모두 이 제품으로 경쟁하고 있는 구도다.
SK하이닉스는 올 3월 말 엔비디아에 8단 HBM3E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으나 삼성전자는 아직 품질 테스트 중으로 양 사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8단보다 단수를 높여 성능과 용량을 늘린 HBM3E 12단 신제품을 지난 9월 양산하기 시작했으며 연내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젠슨 황 대표의 발언은 삼성전자에게 의미가 크다. 앞서 삼성전자 역시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현재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고객사 대표까지 가세해 힘을 실어줬다.
다만 이미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주도권 지위를 꿰찬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5세대 HBM의 8단과 12단 제품 납품에 성공하더라도 물량을 크게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SK하이닉스가 2025년 물량까지 완판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추가 공급될 물량만 맡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삼성전자에겐 HBM의 엔비디아 공급이 분위기 반전을 이끌 중요한 사안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HBM3E의 공급 물량보다는 품질 테스트 통과와 공급 실현이라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을 거라는 뜻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이번 젠슨 황 대표의 발언은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한 단계 더 임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HBM 공급사로 같이 가져가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삼성전자가 물량 면에서는 SK하이닉스에 비해 뒤처질 수 밖에 없겠지만 공급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고, 다음 세대인 6세대(HBM4)에서 공급물량을 차츰 늘리고 다음 차세대 버전부터는 역전을 시키겠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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