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도광산 추도식’ 별도 진행에 日 정부 “유감”

▲ 한국 정부와 유가족들이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일본 정부와 별도로 ‘사도 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기봉 기자 | 한국 정부가 일본이 주최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고 유가족과 함께 별도로 추도식을 개최했다.
 
한국 정부는 25일 일본 니카타현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을 열었다.
 
추도식에는 한국 유가족 9명과 박철희 주일한국대사가 참여했으며 강제 노역한 조선인을 추모하는 추도사 낭독, 묵념, 헌화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박 대사는 추도사에서 “80여년 전 사도광산에 강제로 동원되어 가혹한 노동에 지쳐 스러져 간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영령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사도광산에서 고생하는 가족을 그리며 고통과 슬픔의 나날을 견뎌내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돌아가신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한스러운 마음과 귀국하셨지만 사고 후유증과 진폐증 등으로 힘든 삶을 이어가야만 했던 분들에게는 그 어떤 말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사도광산의 역사 뒤에는 이 같은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추도했다.
 
앞서 한국 정부와 유가족들은 전날(24일) 일본이 사도섬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진행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인 지난 23일 일본 측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일본 정부 대표로 추도식에 참석하기로 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했다는 이력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 측은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추도사’가 아닌 ‘내빈 인사’의 형식으로 조선인 노동자들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발언에서도 이들이 사도광산에 강제로 동원됐다거나 노동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한반도에서 온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어려운 노동에 종사했다( 危険で過酷な環境の下で困難な労働に従事した)”며 “종전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금이야말로 선인들이 만들어온 역사를 잘 생각하고 이를 미래에 계승해 간다는 맹세를 새롭게 해야 한다”며 “앞으로 니가타현 및 사도시와 한국과의 관계가 더욱 강화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연설을 마친 이쿠이나 정무관은 기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행사장을 급히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 정부가 불참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같은 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측이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국 측이 참가하지 않은 것은 유감( 残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하야시 장관은 이쿠이나 정무관의 파견 경위에 대해선 “정부는 종합적 판단을 통해 외무성에서 홍보·문화와 아시아·태평양 정세를 담당하는 이쿠이나 정무관 참석을 결정했다”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쿠이나 정무관이 지난 2022년 8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참의원 취임 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없다( 参拝した事実はない)”며 “한국 측에 관련 보도를 접하고 사실관계를 설명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