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도래, 한국 경제산업 전망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월 23일(현지시간) 대선 경합주인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 덜루스의 가스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모든 것을 뜯어고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1월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승리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함을 밝히고 바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미국 우선주의’ 공약에 따라 ‘트럼프 2기’ 시대 도래가 유력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대하고 있던 국내 산업계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같은 산업에 트럼프 2기라는 거대한 장벽이 등장하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이 같은 영향에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분야의 국내 주요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삼성SDI 같은 기업의 주가가 7일 이후로 13일 현재까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예외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잇단 수주 계약에 다시 오른 상황이다.

무역 규제에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부정 전망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 등 무역 규제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존 무역 협상을 모두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공언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관세 인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다소 줄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에는 적자가 많이 늘었다면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이를 관심 있게 다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한국과 대만, 베트남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내고 있어 미국에서 관세 인상을 촉발할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특권적 위치를, 베트남은 중국과 우회무역을 하고 있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 유튜브 영상에서 “트럼프는 일반 수입품에는 최소 10%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에는 최소 60%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했다”면서 “바이든식 무역전쟁이 IRA(인플레이션감축법)나 칩스법(반도체지원법) 같은 비관세 장벽을 통한 중국 견제였다면 트럼프는 관세 장벽을 쌓는 것으로 중국을 완전 봉쇄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광석 실장은 “상호주의에 따라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되자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국제 교역량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이 같은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에 따라 중국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수출이 줄어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투자 심리도 하락해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시기에 미·중 패권 전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웠던 것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이라면 투자에 특히 더 신중할 가능성이 높다.

11월 13일 한국무역협회가 연 ‘2024년 미국 선거와 글로벌 경제통상환경 변화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왔다. 공화당이 미국 의회까지 장악하면서 트럼프 2기는 과격한 관세 조치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심화하면서 미국 우대주의가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연구실장은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즉시 관세 정책을 통해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행한 대중국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관세 부과는 물가 상승, 달러 강세 등을 초래하며 미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에 K방산이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미국 방산 전시회장에 전시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신형 자주포 K9A2. [사진=연합뉴스]

조선‧에너지‧방산‧재건 분야는 기회

이런 우려 속에서도 트럼프 2기가 오히려 기회인 산업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트럼프 2기 기회요인으로 조선 산업과 에너지 분야 협력을 꼽았다. 박 차관은 “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번째 통화에서 우리 조선산업에 대한 협력 어젠다가 나왔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분야에 집중해 협력했다면 앞으론 에너지 분야와 조선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 범주를 넓혀 나갈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야가 현재도 잘 나가는 K방산이다. 미국은 ‘미군 현대화’를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한국에 ‘군함 협력’을 요청했다. 앞으로 K방산이 미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력해진 미국 군대 재건’을 핵심 국방정책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지난해 7월 대선 공약집에서 “미국 무기고가 텅 비었다”며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미군에 기록적인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절한 시기에 납품할 수 있는 능력에 가성비까지 갖춘 한국 방산 기업이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유럽연합에 대한 K방산 수출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방위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계속 주창했다. 트럼프의 압박에 따라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력 강화에 나설 경우 세계가 인정한 한국 무기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기에 조선 산업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24 국제해양플랜트 전시회’에서 HJ중공업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9000TEU급 메탄올 DF 컨테이너선, 7700TEU급 LNG DF 컨테이너선, LNG 벙커링선 등 다양한 친환경 선박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분야는 전쟁이 끝난 뒤 벌어지는 재건 사업 관련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에 종식시키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쟁 중인 중동 분쟁도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두 곳에서 전쟁이 종료되면 재건 사업과 관련된 건설과 에너지, 전력, 통신, 수도 등 주요 인프라 구축 기업들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화석연료와 관련된 장치 산업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화석연료가 다시 떠오르면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이에 따른 파이프라인, 터미널 건설 기회 등이 생기는데, 이와 관련된 기업들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