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석 기자 = 비인도적 무기로 꼽히는 대인지뢰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은 1997년 만들어졌다. 그해 12월 캐나다 오타와 회의에서 공식 채택된 대인지뢰금지협약은 '오타와협약'으로도 불린다. 협약의 주요 골자는 지뢰탐지 및 제거 기술개발을 위한 극히 제한된 양의 대인지뢰를 제외한 대인지뢰의 사용 및 취급의 전면 금지, 협약 가입국은 4년 이내에 보유한 모든 지뢰를 제거할 것, 매설된 지뢰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협약 가입 후 10년 이내에 제거할 것 등이다. 이 협약은 1999년 3월 1일 65개국이 서명하고 비준을 완료해 발효됐다.
한국은 당시 한반도 지역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비무장지대의 지뢰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는 164개국이 가입돼 있다. 2017년 팔레스타인과 스리랑카가 마지막 가입국이다. 우크라이나도 이 협약에 가입한 상태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이란 등 33개국이 가입하지 않았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이 이달 21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오타와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 중 12개국은 대인지뢰를 개발, 생산, 획득하고 있다. 이 중에는 남북한도 포함돼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11월 대선이 끝난 후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를 지원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은 오타와협약 미가입국이지만 2014년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를 폐지했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2022년 6월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 금지' 정책을 되살렸다가 이번에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다시 정책을 바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 보병의 진격을 막기 위해 대인지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자 미국은 허용된 대인지뢰가 배터리로 작동되기 때문에 최장 2주 후면 비활성화된다고 밝혔다. 전쟁이 끝난 후 민간인 피해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ICBL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지뢰와 불발탄으로 인한 사상자가 최소한 5천757명이고 이 중 1천983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사상자가 전체의 84%를 차지했고, 특히 민간인 사상자의 37%가 어린이였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점령 지역에서 대인지뢰를 광범위하게 사용했다고 적시했다. 최소한 13가지 유형의 대인지뢰가 전선에 투입되고 있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오타와협약 가입국인 우크라이나 정부군도 러시아군이 통제했던 자국 영토에서 대인지뢰를 사용했다는 믿을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인지뢰를 지원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지뢰로 인한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은 24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인지뢰 제공 결정으로 우크라이나전 상황이 "1차 대전 당시 참호전(trench warfare)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참호전은 보통 제1차 대전 당시 서부전선에서 벌어진 지상전 양상을 일컫는다. 당시 독일군은 파리 진격 목전에서 연합군에 패해 후퇴하다가 점령 지역 유지와 방어를 위해, 연합군은 독일군의 진공을 저지하기 위해 각각 참호전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계속된 참호전은 양측에 의미 없는 대규모 희생만 안겼을 뿐이다.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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