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명태균 게이트'의 불똥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하게 됐다.
오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씨 실소유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 근무했던 강혜경씨에게 거액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김모씨는 3300만을 송금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오세훈 시장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강씨 측은 오 시장의 여론조사 대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명씨를 조사하고 있는 검찰이 조만간 의혹 규명을 위해 오 시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권 내 차기 주자로 평가 받고 있는 오 시장의 대권가도에도 위기가 닥치게 됐다.
명태균 "오세훈 관련 비공개 여론조사 13건.. 오 시장 측근이 비용 결제"
뉴스타파는 지난 20일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여론조사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가 오세훈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조사 때마다 여론조사 세부 데이터인 로데이터(Raw Data) 파일이 별도로 작성됐는데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강혜경 씨는 "명태균이 오세훈 측에 주려고 로데이터 파일을 만들라고 한 것"이라며 "명씨가 오세훈측에 더 유리한 질문이 무엇인지 사전 조사를 돌려 이른바 설계를 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뉴스타파는 22일 오 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 모씨가 2021년 3월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전후로 3300만 원을 강혜경 씨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고 보도했다.
김 회장은 이 돈을 총 5차례에 걸쳐 계좌로 송금했는데 4차례는 단일화 성공 전에, 나머지 1차례는 단일화 성공 후에 전달했다.
강혜경씨와 명태균씨는 이 돈은 오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 대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모씨가 송금한 돈이 3300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씨의 변호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22일 기자들에게 "언론에 공개된 김 회장의 입금 내역은 극히 일부"라며 "(강 씨를 통해) 확인된 바로는 1억 원 가량인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명태균씨의 전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소연 변호사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 변호사는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명씨가) 대화 과정에서 오 시장이 제일 양아치라고 하면서 굉장히 분개했다"며 "(오 시장이) 김씨를 통해 돈 봉투를 보내면서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이렇게 고생한 자기들을 안 좋은 취급했다고 하면서 화를 낸 적 있다. 처음 만난 날부터 심하게 분개했다"고 언급했다.
김병민 "은밀하게 했다면 계좌로 돈 넣었겠나" 김모씨 "오세훈 캠프와 무관"
반면 오세훈 시장 측은 김모씨가 강씨에게 돈을 건넨것은 오세훈 캠프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병민 서울시 부시장은 25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미공표 여론조사를 하고 돈을 대신 건넨 것 아니냐 라는 게 세간에 나오고 있는 의혹의 핵심"이라며 "일단 미공표 여론조사를 오세훈 시장 측에서 의뢰한 적도 받아본 적도 없다는 것이 팩트고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부시장은 돈을 건넨 당사자인 김씨에 대해 오 시장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시 선거 당시 캠프를 총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게 될 텐데 이 당시에도 여전히 관계가 그렇게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스에 보도된 사항들을 보니까 인터넷 뱅킹을 토대로 계좌에 돈을 넣었더라"며 "선거에 은밀하게 불법적인 내용들을 하기 위해서 만약 이런 돈들을 집행했다면 그렇게 계좌로 돈을 넣는 황당한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겠냐"고 했다.
김 부시장은 이번 의혹이 '내곡동 생태탕 사건'을 연상시킨다며 검찰에 사실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예전에는 내곡동에 갔을 때 흰 바지에 페레가모 구두 신었다고 오세훈이다 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까 그 유명한 생태탕 사건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선거 내내 띄웠던 것 아니냐"며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명명백백하게 진실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씨도 명씨 측에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을 낸 것은 사실이지만 오세훈 캠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씨는 "여론조사를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제가 했다"며 "(명씨가) 오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한다면서 비용을 달라고 하고, 어떤 때는 애 학비가 없다며 돈을 달라고 해서 보내달라는 대로 그냥 돈을 보내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수사 칼날 피하기 어려울 듯.. 대권가도 위기
오세훈 시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명태균씨와 강혜경씨의 진술이 일치하고 있다. 이에 오 시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씨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줄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냈다면 김씨가 오 시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 되고, 명씨가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줬다면 명씨가 오 시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준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강혜경씨는 25일 오전 검찰의 10번째 소환조사에 출석하면서 오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가 이뤄졌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강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실시한 오세훈 후보 관련 13번의 비공표 여론조사가 정확히 오세훈 측에 간 것이 맞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세훈 측에서 (여론조사와 관련해) 다 알고 있을텐데 자꾸 '모르겠다'고 꼬리 자르기 하니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측에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히 갔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게 한두 번이면 그냥 우리가 보고 참고용으로 할텐데 13번의 자체 조사가 있었다. 공표 조사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데, 우리끼리 보려고 그렇게 많이 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를 그렇게 많이 한 것은 오세훈 측에 뭔가를 바라고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강씨는 "(명씨가) 뭔가 해달라는 얘기가 있었을 것이고, 처음부터는 해달라는 얘기가 없었겠지만, 하다보니까 이제 본인들한테도 도움이 많이 됐을 것"이라면서 "선거 전략에도 영향을 줬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도 이날 오 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새행은 "오 시장은 330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정치자금법에 정한 방법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으로 기부받았다"며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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