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여야가 발의한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재고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향후 지역 사립대학의 폐교만 가속화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폐교 대학의 구성원 보호 대책은 미흡하거나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대학생노동조합 등 교육단체는 2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발의된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의 재고를 촉구했다.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은 부실 위험이 높고 회생이 어려운 대학의 구조개선과 퇴로 마련을 위해 재산처분·사업양도‧통폐합에 관한 특례를 부여하고, 해산 시 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 등으로의 잔여재산 출연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입법을 위한 교육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 논의를 거쳤지만 회기 내 입법이 무산된 바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5개의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을 발의해 오는 26일 교육위 소위를 시작으로 입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단체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폐교대학 잔여재산의 일부를 설립자 등에게 해산 장려금으로 환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국회와 정부가 사실상 교육용 자산을 사학재단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교육의 공공성과 대학의 비영리성이 훼손되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용 자산이 주로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 지자체의 지원 등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교육자산에 대한 사학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방식의 법안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해산 장려금을 노린 사학재단이 먹튀 해산을 할 수도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해산 장려금이라는 금전적 보상의 길이 열리면 경영이 어려운 지역 사립대들이 고의로 폐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등 대학 교직원에 대한 구조조정만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발의된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의 문제는 폐교 대학의 교직원 보호 등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 대책은 미흡하거나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설혹, 법안에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재정 여력이 없어 폐교 위기에 내몰린 각 법인과 대학이 실제 잔여재산 처분 등을 통해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는 대학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단체들은 “기존 폐교대학의 경우에도 실제 청산을 통해 잔여재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수준의 가치를 가진 대학이 많지 않았다”며 “폐교 이전에 비해 폐교 이후 대학의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생력이 약한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 투입을 통해서라도 지역 대학 간 통합을 유인해 지역의 교육‧연구기반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하는 보다 폭넓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대책방안을 마련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려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사립대구조개선법은 단순히 정부의 시장주의 대학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학별, 지역별 전체 대학의 역할과 규모 등 조정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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