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4년 만에 백악관 재입성, ‘美 우선주의’ 2기 시작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4년 만에 백악관 재입성, ‘美 우선주의’ 2기 시작

이슈메이커 2024-11-25 14:41:00 신고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4년 만에 백악관 재입성, ‘美 우선주의’ 2기 시작

 

ⓒGage Skidmore/Flickr
ⓒGage Skidmore/Flickr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전체 선거인단 총 538명 중 총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승리하며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됐다. 애초 대선을 앞두고 미국 안팎에서는 트럼프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초박빙의 구도 속에 경합주에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것이란 예측이 많았으나, 정작 결과는 트럼프 당선인의 완승으로 끝났다.

트럼프,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칠 것”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꼽혔던 ‘7대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는 개표 초반 ‘선벨트(Sun Belt)’로 불리는 남부 경합주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했고, 이어 최대 승부처로 꼽힌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미시간·위스콘신 등 북부 ‘블루월(Blue Wall)’도 모두 휩쓸며 대선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어 남은 경합주인 네바다와 애리조나도 연달아 석권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는 이들 7개 경합주 중 노스캐롤라이나에서만 승리하고 나머지 6곳을 모두 내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했으나 4년 만에 뒤집기에 성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인단 과반 확보를 사실상 확정지은 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 집결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통해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여러분의 제45대, 그리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우리나라가 치유되도록 도울 것이다. 국경을 고칠 것이며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미국 국민을 위한 장대한 승리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미국의 진정한 황금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총 4건의 형사기소와 일부 유죄 평결에 더해 올해 두 건의 암살 시도 등 중대 위기를 잇달아 넘기며 정치적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또한 취임 당시 연령 기준으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자, 백악관 집무실을 떠났다가 다시 선거에서 승리해 돌아오는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다음 선거에서 집권에 성공한 것은 미국 22대, 24대 대통령이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에 이어 132년만이다. 대통령 업무는 내년 1월20일 취임식을 거쳐 시작한다.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패배가 확정된 이날 모교인 워싱턴 DC의 흑인 명문대 하워드대학 교정에서 승복 연설을 했다. 그는 이번 대선 패배에 대해 “우리가 원한 결과가 아니며 우리가 목표로 하고 싸워온 결과가 아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모든 사람을 위한 자유와 기회, 공정, 존엄을 위한 싸움, 이 나라의 중심에서 이 나라의 이상들을 위한 싸움, 미국을 대변하는 이상을 위한 싸움은 내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에도 정계 은퇴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면서 “우리가 원한 결과가 아니며 우리가 목표로 하고 싸워온 결과가 아니다”고 아쉬워했다. ⓒThe White House/Flickr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면서 “우리가 원한 결과가 아니며 우리가 목표로 하고 싸워온 결과가 아니다”고 아쉬워했다. ⓒThe White House/Flickr

 

지구촌 ‘미국 우선주의’ 태풍 예고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집권 1기 때 추진하다 미완에 그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신속히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경우 ‘세계의 경찰’이자 ‘자유 민주주의의 지도국’을 자임하며 국제분쟁에 개입해온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외교 기조가 향후 4년간 전환의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조 바이든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 러시아와의 전쟁을 끌어온 우크라이나의 미래도 중대한 기로에 설 전망이다. 선거 운동 기간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거듭 밝혀왔던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져 내려온 자유 민주주의 진영 내 미국의 동맹 중시 기조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2기가 출범할 경우 거래 중심의 관계로 변화가 예상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하에서 28,500명의 주한미군이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한미동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대규모 인상 요구 등으로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른 시일 내에 날짜와 장소를 정해 회동하기로 합의하며 앞으로 한미동맹이 안보와 경제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한미 간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원활한 정권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 ⓒThe White House/Flickr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원활한 정권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 ⓒThe White House/Flickr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집권 1기 때 3차례 정상간 만남을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과감한 ‘톱다운’ 방식의 대북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아 첨예한 갈등과 대치의 한반도 정세에 다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정말 똑똑하고 강인한 사람”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 면에서는 관세 확대를 무기로 하는 보호주의 기조를 대폭 강화해 미국의 국내 제조업 기반 재건을 도모할 것임을 공약해왔다. 백악관 입성 후 이를 본격 추진할 경우 미국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연결된 한국이나 유럽연합(EU)과의 파열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집권 2기 국경안보 면에서 불법입국자들에 대한 대규모 추방과 남부국경 폐쇄 공약이 이행될 것으로 보이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강화된 기후 위기 대응 정책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대적인 화석에너지 개발 공약 이행과 함께 급격히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개막은 국제질서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Gage Skidmore/Flickr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개막은 국제질서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Gage Skidmore/Flickr

 

머스크 입각 등 정권 인수준비 본격화
한편 올해 미국 대선 직후 온라인에서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이 또 모습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11월 6일(현지시간) 개표가 진행되면서 엑스(X)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선거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허위 정보 추적 사이트 뉴스가드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결과에 승복하면 안된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번져나갔다. ‘외국 세력이 선거에 개입했다’거나, ‘투표용지가 대량으로 폐기됐다’는 등 4년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장하던 내용이 이번엔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에 의해 반복된 것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계속됐던 선거 부정론은 잠잠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전 핵심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일부 절차를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냈고, 선거 당일에도 필라델피아에서 선거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들은 투표소와 개표 현장에서 선거 부정을 막겠다면서 단체로 감시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한 걸로 나타나자 이들은 태도를 바꿨다. 2020년 대선에서 대규모 부정 선거가 발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했다는 주장을 퍼뜨려 온 클레타 미첼 변호사는 이날 X에 “이번 선거의 무결성을 위해 힘을 쓴 수천 명의 활동가들에게 감사한다”며 자신들의 감시 활동이 부정 선거를 차단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중에서도 여전히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 수년간 미국 전역을 돌면서 부정선거 주장을 펼쳤던 전직 육군 정보장교 세스 케셀은 “전체적으로 트럼프가 승리한 것은 올바른 결과이지만, 각 주의 투표 결과까지 바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갖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갖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트럼프 당선인을 전폭 지지해 온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승리의 핵심 조력자로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팩’을 직접 설립해 운영했으며, 공화당 상·하원의원 후보 지원을 포함해 최소 1억 3,200만 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부정 선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훔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음모론 관련 글을 거듭 올리기도 했다.


  당선 후 정권 인수준비에 들어간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효율성위원회를 만들어 머스크 CEO에게 이를 맡겨 연방 정부를 개혁할 방침이다. 향후 연방 정부 각 부처의 회계 장부를 샅샅이 훑어 예산 낭비성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지출을 삭감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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