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태형 기자] 삼성전자 위기론이 해외 언론에서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칩 주도권을 쥐고 있는 엔비디아에 삼성전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제품 공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AI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 뒤쳐지고 경영 쇄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로 인해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업가로서 가장 혹독한 시험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블룸버그TV와 만나 “삼성전자로부터 HBM3E 8단과 12단 제품 모두 납품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납품을 위해 가능한 빨리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에 삼성의 HBM 제품이 공급된다면 주가도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이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에 SK하이닉스 외에 삼성전자의 HMB 제품도 공급받아 탑재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전자의 초기 공급 물량은 경쟁사 대비 소량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규모보다는 엔비디아와 협업한다는 것 자체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또 HBM 시장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HBM 시장을 장악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6세대 HBM4 제품부터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3E 8단을 업계 처음 엔비디아에 납품했고 지난달 12단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내년 초 고객사에 HBM3E 16단 제품 샘플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으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진입으로 독점 구도가 변화될 수 있다. 2023년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였다.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납품이 본격화되면 이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삼성전자는 AMD 등에 HBM3E를 납품하면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엔비디아에 이를 공급하지 못하면 SK하이닉스에 뒤처질 것은 뻔하다.
2024년 HBM 시장 규모는 467억달러로 전년 대비 15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참여로 공급이 늘어나면 이러한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HBM 공급 부족으로 인한 AI 개발의 병목 현상이 우려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참여로 이 문제도 일부 해소될 수 있다.
아울러 차세대 HBM 개발도 가속화된다. 테슬라의 HBM4 요청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 납품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 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가격 경쟁력과 제품 수급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HBM3E가 필요하다고 분석된다. 현재 고부가 HBM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어 높은 가격이라도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HBM4부터는 기존 HBM3E에 비해 바뀌는 점이 많다. 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베이스다이’가 일부 연산까지 하게 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베이스다이와 관련해 HBM4부터는 대만 TSMC와 협력할 수도 있음을 내비췄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 모두 가능한 ‘턴키’ 솔루션이 경쟁력이었는데 고객 맞춤형 HBM4의 베이스다이는 TSMC에 위탁하는 방법으로 전략을 바꿔 HBM4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 납품은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전체적인 HBM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SMC와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긍정적이다”며 “HBM4가 시장 주류로 자리 잡는 오는 2026년부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경쟁이 치열해 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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