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각)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참석한 젠슨 황은 블룸버그TV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로부터 HBM3E(HBM 5세대) 8단과 12단 모두 납품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간 엔비디아에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퀄 테스트를 진행해왔지만 아직까지 희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HBM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존재감은 사실상 독보적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붐과 함께 되살아난 반도체 시장은 HBM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중에서도 HBM 시장의 큰손으로, 엔비디아를 사로잡는 것은 곧 수익 확대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진즉부터 엔비디아에 HBM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며 실적은 날개 돋친 듯 고공행진 중에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3월 엔비디아에 HBM3E 8단을 납품했고 HBM3E 12단 제품도 지난 9월 말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반면 삼성전자 엔비디아향 HBM 납품을 고전하며 AI 기류를 제대로 타지는 못했다. 젠슨 황은 지난 6월에도 삼성전자 HBM 납품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던 바 있다. 당시 젠슨 황은 한 행사에 참석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곳은 모두 우리에게 HBM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납품은 시간문제일 것이라 여겨졌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이들이 만드는 AI 칩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는 점에서 HBM 공급처를 보다 다각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후 외신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엔비디아향 퀄 테스트 통과가 임박했다는 설들이 나왔지만 번번이 사실이 아녔으므로 드러나자 시장은 돌아섰었다. 기대보다 더딘 속도에 실망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공개한 잠정 실적 발표에서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에 대해 경영진이 직접 사과문을 남기며 실적 부진 사유 중 하나로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向 사업화 지연"을 언급, 납품 지연 사실을 자인하기도 했다.
그러다 얼마 전 삼성전자는 보다 진전된 성과가 있었음을 밝혔고 젠슨 황도 거들자 다시금 기대감이 솟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올해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현재 HBM3E 주요 고객사의 퀄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만큼은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뚫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의 주가도 이날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2.86% 오른 5만76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 통과 시 HBM 시장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SK하이닉스와 격차가 벌어져 있지만 삼성전자가 높았던 엔비디아 문턱을 넘게 되면 이들 간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역할이 중요해지는 HBM4(HBM 6세)에서는 자사 파운드리가 아닌 경쟁사 TSMC와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하는 등 HBM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추후 관건은 삼성전자가 더 이상의 '계획서'보다는 실제 납품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시간과 시장의 시간, 그리고 삼성의 언어와 시장의 언어에는 분명 아직 간극이 있어 보인다"며 "만일 반성문대로 삼성이 극적 변화를 통해 이 간극을 줄여 나가게 된다면 삼성도 점차 예전의 위용을 회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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