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누군가가 회사 익명 앱 ‘블라인드’를 통해 사실과 다른 소문을 냄에 따라 피해받고 있다. 가해자는 A씨 이름 석 자로 삼행시처럼 글을 작성해 근태를 지적했다.
이 때문에 회사에는 이미 그 글의 주인공이 A씨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 A씨는 이 익명 글 작성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변호사에게 물었다.
이 경우 익명의 글이라 해도 피해자가 특정돼,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변호사들은 내다봤다.
법무법인 청향 정석영 변호사는 “A씨 이름 앞 글자를 따 비방하는 글을 작성함으로써 A씨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회사 사람들이 전부 알 수 있도록 특정되었다면,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동서남북 고일영 변호사는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그 내용과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누구를 지목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작성자가 익명이므로 고소장에는 성명불상자로 하여 제출하면 수사기관에서 작성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고 변호사는 덧붙였다.
정석영 변호사는 “블라인드 앱의 특성상 구체적인 게시글에 대한 분석 등을 수사기관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가해자가 이용한 앱이 익명성이 보장된 ‘블라인드’라는 점 때문에, 가해자 형사 처벌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서울종합법무법인 류제형 변호사는 “블라인드는 이용자 신상정보를 잘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명예훼손이 형사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블라인드에서도 명예훼손 혐의는 추적 협조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따라서 ①누가 그 글을 썼는지 짚이는 사람이 있고, ②이를 입증할 단서가 있어야 고소할 수 있다”고 김 변호사는 강조했다.
류제형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면 고소를 진행한다고 해도, 피의자가 불특정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일단 해당 게시글의 내용 및 주변인 진술을 종합해 작성자를 상당한 정도로 특정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사건 진행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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