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모든 걸 쏟아부었다. 벌금을 감수하면서 결승전 선발투수까지 교체했다. 그리고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에서 '에이스' 린위민에게 선발 중책을 맡긴 대만 야구 대표팀이 정상 등극의 기쁨을 맛봤다.
대만은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을 4-0으로 제압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대만이 주요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따낸 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무려 32년 만이다. 또한 대만이 국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18년 만으로, 대만의 종전 프리미어12 최고 성적은 5위(2019년)였다.
'조별리그 B조 개최국' 대만은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대회 첫 경기였던 13일 한국전에서 6-3으로 승리하면서 슈퍼라운드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 선발 고영표(KT 위즈)를 무너트리면서 2회말에만 대거 6점을 뽑았고,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켰다.
대만은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였던 14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접전 끝에 2-1로 승리하면서 2연승을 달렸다. 16일 일본전에서 1-3으로 패배했으나 17일 호주전에서 11-3으로 이기면서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했고, 18일 쿠바를 2-0으로 꺾고 4승1패로 조별리그 일정을 마감했다. 조별리그 5전 전승을 달성한 일본에 이어 2위를 마크했다.
대만은 슈퍼라운드 첫 경기였던 21일 베네수엘라전에서 0-2로 패배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튿날 미국에 8-2 6점 차 승리를 거두면서 아쉬움을 만회했다. 결승행을 위해 10점 차 이상의 대승이 필요했던 미국이 23일 베네수엘라전에서 6-5로 힘겹게 이겼고, 그러면서 대만과 일본이 23일 맞대결 결과와 관계없이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대만과 일본 모두 결승전을 앞두고 힘을 뺄 이유가 없었다. 23일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린위민을 선발로 기용하려고 했던 대만은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슈퍼라운드 일본전 선발투수를 변경했다. 22일 미국전에서 2이닝을 던진 천보칭이 급하게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린위민은 24일 결승전에서 선발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일본 측에서 거세게 반발했으나 대회를 주관하는 WBSC는 벌금 2000달러(281만원)를 조건으로 대만의 선발투수 교체를 받아들였다. 정하오쥐 대만 감독은 23일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측에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대만으로선 린위민의 투구에 대한 기대가 컸다. 2003년생 좌완 영건 린위민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 유망주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지난해 개최)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한국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후 열흘간 휴식을 취했다.
린위민은 초반부터 순항을 이어갔다. 선두타자 쿠와하라 마사유키에게 우익수 뜬공을 이끌어냈고, 코조노 카이토에게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3번타자 타츠미 료스케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깔끔하게 1회말을 끝냈다.
린위민은 2회말 모리시타 쇼타의 유격수 땅볼, 쿠리하라 료야의 유격수 뜬공, 마키 슈고의 삼진으로 2이닝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3회말 선두타자 겐다 쇼스케의 안타, 사노 케이타의 2루수 뜬공, 사카쿠라 쇼고의 볼넷 이후 1사 1·2루에 몰렸으나 쿠와하라의 삼진, 코조노의 중견수 뜬공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4회말에도 마운드를 책임진 선수는 린위민이었다. 린위민은 선두타자 타츠미의 볼넷 이후 모리시타, 쿠리하라를 차례로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마키의 2루수 땅볼로 이닝을 매조졌다.
타선도 힘을 냈다. 4이닝 동안 침묵하던 대만은 5회초 린자정의 선제 솔로포, 천제시엔의 스리런 홈런으로 빅이닝을 완성하면서 4-0으로 달아났다. 주도권을 잡은 대만은 5회말을 앞두고 장이를 호출했고, 린위민은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자신을 믿은 팀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했다. 이날 린위민의 최종 성적은 4이닝 1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대만은 추가점을 올리지 못했으나 불펜의 힘으로 버텼다. 두 번째 투수 장이가 3이닝을 맡았고, 세 번째 투수 천관위가 8회말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9회말을 앞두고 구원 등판한 네 번째 투수 린카이웨이도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3개를 채우면서 우승을 완성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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