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연구장비의 선진화에 앞장서는 기관이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미래선도연구장비그룹 이야기다.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전 세계 유일한 연구장비를 개발 중인 곳이다. 연구장비 기술과 측정표준기술을 기반으로 연구장비의 모듈, 시스템, 성능평가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주요 성과로는 세계 최초 주사전자현미경 기반 반사형 전자에너지 손실 분광장비 알파버전을 개발했고, 고자기장 환경에서의 진동 측정 평가 기술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국가 난제 및 주요 이슈 해결용 연구장비, 국산 연구장비 신뢰성 향상을 위한 연구장비 성능평가도 수행 중이다.
이처럼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과 협업하며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래선도연구장비그룹 연구실을 다녀왔다. 박인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래선도연구장비그룹 그룹장의 도움을 받아 여러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박 그룹장은 "세계 최초, 최고 성능의 연구장비를 개발 중이다"라며 "요즘 연구현장과 첨단산업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주사 전자현미경, 그 중에서도 저희는 주사전자에 관련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주사전자 현미경을 개발할 때 고품질의 전자빔을 개발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전자빔이 고품질인지 아닌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미래선도연구장비그룹이 전자빔을 방출하는 장치의 성능을 평가하는 플랫폼을 개발했고, 필자도 직접 눈으로 장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진공도는 초고진공까지 가능해서 열전자원이나 혹은 콜드필드 에미션까지 다양한 전자원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전자는 공기 중에 지나가게 되면 공기와 반응하며 곧바로 흡수되는데, 전자빔을 만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진공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박 그룹장은 설명했다. 미래선도연구장비그룹이 만든 것이 초고진공환경도 면밀히 살펴봤다.
필자는 박 그룹장과 전자현미경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박 그룹장은 "전자현미경을 사용하는 분들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시료를 진공환경 안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광학현미경보다 훨씬 높은 나노미터 이하의 분해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전자현미경이 많이 쓰인다"라고 했다.
이어 필드아이언마이크로스코프(FIM)라는 장비도 볼 수 있었다. 원자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자를 보는 기술을 이용해 이온빔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미래선도연구장비그룹의 전자현미경의 경우 20만 배, 50만 배까지 확대가 가능하다.
세계 최초로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연구 장비에 대한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박 그룹장은 "여기에서 개발한 모든 기술들을 다 집합해서 미래선도연구장비 핵심기술개발사업단에서 장비를 개발 중이다. 그 장비는 내년 중 마무리가 될 예정이다"라고 했다.
이 새로운 장비는 에너지 로스라는 현상을 아주 자세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에너지 로스는 전자빔이 물질과 부딪힐 때 생기는 현상인데, 이를 통해 물질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다. 지금까지 에너지 로스의 일부분만 볼 수 있었지만, 새로운 장비는 전자빔을 정밀하게 만들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미세한 에너지 변화까지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물질 속 원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자들이 어떻게 진동하는지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해당 장비를 가지고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연구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해당 장비는 그룹에서 세계 최초로 구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장비의 데이터는 세계 최초의 데이터이고, 덕분에 우수한 논문을 쓰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연구장비의 선진화를 앞장서는 박 그룹장에게 그간의 소회를 물었다. 박 그룹장은 "주사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진이 많지 않았다. 언젠가 국내에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요즘에는 첨단산업뿐만아니라 기초과학에서도 수요가 커졌다"라며 "미래를 바라보고 꾸준히 개발하면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Copyright ⓒ AI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