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에스 감독과 우리카드 선수들이 2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완파하며 연패를 끊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3연승을 질주해온 홈팀 현대캐피탈의 우세가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우리카드는 23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최근 2연패를 끊고 5승4패, 승점 14를 기록한 우리카드는 3위로 올라섰다.
우리카드를 둘러싼 상황은 좋지 않았다. 특히 ‘해결사 부재’는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브라질)에게 대단한 부담이었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5순위로 데려온 주장 아히가 1라운드 6경기를 마치자마자 전열을 이탈했다. 팀 훈련 도중 왼 발목을 크게 다쳤다. 회복과 기초 재활에만 최소 6~8주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치명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카드는 대한항공~OK저축은행에 내리 1-3 패배를 당했다. 구단 차원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대체 선수를 알아보고 있지만, 당분간은 에이스 없이 버텨야 한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위기에서 토종 공격수들이 힘을 냈다. 새로운 쌍포가 탄생했다. 꾸준히 제 몫을 해온 김지한의 파트너를 파에스 감독은 베테랑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이강원으로 결정하며 임시 주장까지 맡겼다.
두 공격수는 현대캐피탈 코트를 폭격했다. 김지한이 14점, 이강원이 후위 공격 7개를 포함해 11점을 터트렸다. 길어질 수 있었던 3세트 듀스를 마무리한 것도 이강원의 백어택이었다.
현대캐피탈도 레오(19점)-허수봉(12점)-신펑(10점)의 삼각편대로 반격했지만, 범실이 많았다. 현대캐피탈은 22개, 우리카드는 14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우리카드 벤치의 전략도 돋보였다. 아시아쿼터 알리를 선발 명단에서 과감히 제외하고 박준혁을 투입해 상대의 허를 찔렀다. 단단한 수비가 필요할 때는 한성정이 코트를 밟았고, 송명근도 중요한 순간 제 몫을 했다.
V리그는 장기 레이스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 아무리 철저히 관리하더라도 100% 전력으로 매 경기를 치를 순 없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카드의 ‘잇몸 배구’는 인상적이다.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고, 든든한 플랜B까지 만들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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