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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등재 후 계속되는 日 진정성 논란
정부는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사도광산 인근에서 열리는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추도식에 불참했다. 대신 박철희 주일대사 등은 25일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자체 추도식을 열 계획이다. 외교부는 전날 불참 결정을 알리며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 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의 이력에 문제를 제기한 걸로 알려졌다. 일본 여당 내 강경 보수파인 이쿠이나 정무관은 2022년 8월 15일(일본명 패전기념일) 태평양전배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이력이 있다.
그는 추도사에서 조선인 노동자를 언급하며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 하에서라고 해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고 희생자를 기렸다. 다만 강제성에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일제는 1930~1940년대 사도광산에서 철과 구리·아연 등 전쟁에 필요한 광물을 채굴했다. 이 과정에서 1000명 넘는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 노역했다. 그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던 걸 반대하던 우리 정부는 강제 노역을 포함한 역사 전체를 알린다는 조건으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매년 모든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을 열겠다는 것도 이런 약속의 일환이었다.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후에도 일본 정부의 진정성을 두고선 논란이 계속됐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을 설치하긴 했지만 ‘강제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추도식에서도 한국 유족의 참석 비용을 한국 정부만 부담하도록 한 것도 대화가 틀어지는 이유가 됐다.
◇‘국교 정상화 60주년’ 훈풍에 찬물 끼얹나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훈풍이 부는 듯했던 한·일 관계도 사도광산 문제로 취약점을 드러내게 됐다. 양국은 국교 정상화 60주년를 맞아 셔틀외교(한·일 정상이 양국을 오가면서 정상회담을 이어가는 것)를 포함한 여러 교류·협력 행사를 준비 중이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전날 MBN 인터뷰에서 사도광산 문제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우려에 대해 “이런 문제가 전반적인 양국 관계 흐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양국이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방면에서 일본 외교당국과 계속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양국이 한발씩 양보해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다른 일본 외무성 간부는 “한국이 국내 여론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했다.
주고베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우리 쪽에서 추도식에 가겠다고 해놓고 안 간 건 실책이고 한국이 양보를 했음에도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 건 일본 책임”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한·일 관계가 큰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뭔가 모양새는 만들어보려고 하겠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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